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사람의 성품 중엔 너그러움과 옹졸함이 있다. 너그러움은 긍정의 힘이 강한 성품이며, 옹졸함은 부정적인 것이 밑바탕에 도사리고 있다. 똑같은 일도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의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반드시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그런데 너그러운 성격과 옹졸한 성격을 떠나서 이해관계 없는 사람에게 경멸, 무시를 받게 될 때 너그럽지 못한 생각을 갖게 된다.

예부터 전해오는 풍습이 내 집에 오는 손님을 맞을 땐 문밖으로 나가 인사를 하며 맞아들이고, 떠날 때 또한 문밖까지 나가 환송하는 것이다. 이는 시대가 바뀌고 과학문명이 발달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과학문명이 발달했다고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아이가 되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 시대가 변하고 과학문명이 변했다 해서 인륜도덕을 무시할 순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 나이가 적거나, 권력이 높지 않고 재물이 많지 않아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도리를 다해 손님을 맞고 배웅한다.

2022년 5월 어느 날이었다. 지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X님과 함께 있는데 지금 오실 수 있을까요?" 잠시 머뭇대다가 "그래요, 지금 가겠습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그분들이 있다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곳은 얼마 후 큰일을 앞둔 사람이 임시로 사용하는 사무실이었다. 지인과 그 사람 둘이 있었다. 그 사람은 앉은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태도는 자기 집 또는 자기 사무실을 찾아오는 손님을 맞는 적절한 자세가 아니었다. 잠시 뒤 여자가 음료수 한 병을 갖다 주면서 드시라 했다. 그 사람은 "드세요"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 하나하나가 손님을 대하는 좋은 태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실례인 줄 알면서, 그에게 불필요한 말로 많은 시간을 빼앗았다. 그리고 가겠다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역시 그는 문밖까지 나와 배웅하는 것이 아닌 사무실에서 가시라고 인사를 했다. 우리 풍습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그가 그날 보인 태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그렇게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잘못됐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내게만 특별히 그렇게 대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내가 그 사람에게 그런 취급을 받을 하등 이유가 없다. 어떻든 손님에게 그런 태도를 보인 그는 너그럽지 못한 옹졸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원수가 아니라면 상대가 어떤 사람이 됐든 내 집, 내 사무실에 오신 손님에게 그런 태도는 좋지 못하다. 내로라하는 호인이 아니고서야 어느 누구도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똑같이 해야 한다.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뜻에서 힘에는 힘으로, 추위에는 찬 것으로 대응하는 것 따위를 비유하는 이열치열이라는 말과 같이.

재물이 인격일 수, 권력이 인격일 수 없다. 그런데 재물과 권력을 인격과 견줘 재물 소유 정도와 권력 누린 정도로 사람을 대하는 자였다면 그 자의 인격도 별 볼 일 없다. 한마디로 개똥보다도 못한 인간이다. 그런 사람이 무엇인가를 하겠다니 가소롭다. 이게 나의 옹졸함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다. 이런 말이 있다. "무엇을 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되라."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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