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매년 고등학교는 ‘선행교육규제법’에 따라 학기별로 해당 학년의 교육과정 수준을 능가하는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교육청에 보고한다. 이를 위해 각급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 및 학생에게 선행학습 금지에 따른 시행 사항을 공지하고, 더불어 가정에서의 협조를 요구한다.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교사들에게는 정기고사 문항 출제 시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이의 최종 준수 여부를 이원목적표에 서명해 제출하도록 한다.

 고등학교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논·구술 시험에 고교교육과정을 뛰어넘는 문항을 출제해 고교교육에 사교육을 부추기는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이는 고교교육과정의 파행을 유도하는 것으로, 법적 강력한 제재는 물론 대학의 자성이 필요하다. 이는 규제법 시행으로 여러 가지 불리함을 감수하고도 상당 기간 관례처럼 지속되고 있어 고교교육과정과 조화를 이루는 차원에서 더욱 강력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강민정 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서울 소재 15개 대학 논·구술 수학 문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2014년부터 ‘선행교육규제법’이 시행돼도 10년째 현실은 변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들 대학 가운데 93%에 해당하는 14개 대학 논·구술 고사에서 고교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난 문항이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대학과정의 내용이 포함돼 출제된 경우가 전체 15개 중 10곳(66.7%) ▶교육과정 성취기준 또는 평가기준에 명시된 사항을 벗어난 경우가 전체 15개 대학 중 7개 대학(46.7%) ▶교육과정 성취기준 또는 평가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출제한 경우가 전체 15개 대학 중 4개 대학(26.7%)였다. 사걱세는 "2012년부터 대학별고사에서 고교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출제돼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고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며 "2014년부터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돼 대학별고사는 반드시 고교교육과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다 돼 가는 현재까지도 매년 대학별고사에서 고교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로 법을 위반하는 대학이 나오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사교육비는 24조4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가히 대한민국은 사교육 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대학으로부터의 불법행위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 할 것이다. 이처럼 고등학교와 대학이 따로따로이기 때문에 그 고통과 피해는 온통 학생과 학부모에게 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이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의한 학력 격차를 더욱 부채질하고 공교육의 무력화를 도모하는 꼴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에서 규정한 엄정한 행정제재 ▶관련 재정 지원 사업 자격 박탈 ▶교육정상화심의위원회 구성원 중 전문가 참여 확대 ▶대학별고사 분석 과정에서 시민사회 의견 청취 등의 대책을 더욱 강력하게 실시하고 감독해 대학별고사에서 고교교육과정 위반 사례가 더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대학 서열화의 온상으로 전 수험생이 매달리는 서울권 15개 대학에서 자행되는 이 불법행위는 결코 좌시할 수 없기에 대학의 철저한 자성과 함께 교육부의 관리·감독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이는 종국적으로 대학의 자율성 회복에도 걸림돌이며, 스스로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수준을 하락시키고 교육부의 관리를 불러들이는 자해행위와 같다. 학생의 부담과 고통, 학부모의 등골 휘는 경제적 부담, 고교 교사들의 좌절감에 비춰 볼 때 심히 유감(遺憾)을 표하지 않을 수 없으며,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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