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비’라는 존재는 상당히 중요하다. 가뭄 속 단비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으며 달콤한 꿀 같은 의미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는 현장에서 갑자기 내리는 비는 천군만마와도 같다.

폭우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과 슬픔이 이만저만 아니다. 도로에 토사가 흘러내리고 나무가 쓰러지며 길이 막힌다. 도심 속 곳곳에 불어난 물로 국민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진다. 거리에는 침수된 자동차가 멈춰 섰다. 얼마 전 반지하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한 여성 노동자와 그의 발달장애인 언니, 13세 딸이 수장된 공간을 마치 선거포스터처럼 내려다보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이 측근들에 의해 공개됐다.

또 폭우로 쓰러진 가로수 정리 작업을 하던 60대 구청 직원이 사망했고, 같은 날 주택 침수로 사망사고가 일어나던 시간에 서울시 모 구청장은 SNS에 전집에서 식사하는 ‘먹방 사진’을 올려 비판을 자초했다.

누군가는 이번 폭우로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겼다. 수마가 할퀴고 간 사업장과 보금자리를 보며 국민들의 시름은 깊어진다. 이들에겐 앞으로 봄비가 주는 낭만이나 가을비가 주는 촉촉한 감성이 보기 싫은 ‘비호감’이며 고통스러울 듯싶다.

비가 내릴 때 먹는 파전과 막걸리는 낭만 그 자체다. 하지만 모 구청장이 보여 준 그날의 행태는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임감과 역할을 망각한 처사였다. 이는 구민을 책임지는 총괄 리더로서 매우 적절치 못한 행동이며, 이 같은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도 구차한 변명으로 논란을 더욱 증폭시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번 폭우에 대처하는 무능한 정치지도자들을 보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다. 마치 무정부 상태와 같은 재난 사태에서 국민들 스스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애처롭다.

반면 지도자들의 무능과 부족한 책임감에도 수준 높고 현명한 국민들 덕분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 물론 시의적절한 판단력과 책임감, 헌신으로 수해를 최소화하려고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조치하는 휼륭한 자치단체장과 공직자들도 많다. 한 예로 풍부한 공직 경험이 장점인 김동근 의정부시장과 전진선 양평군수 등은 시의적절한 조치와 함께 늦은 시간까지 현장을 찾아 지휘하며 노련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변화를 기대하며 선출한 지도자들의 언행으로 인해 수준 높은 국민의 마음이 아픈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권이 바뀌면 좀 더 나아지려나 하는 희망 속에 뽑은 지도자들의 무능이 감지되며 국민들은 또다시 끔찍한 지옥문이 열리나 하는 우려가 커진다.

뛰어난 지도자들의 역량과 시스템에 기대기보다는 각자도생의 처지에 내몰린 국민들의 고통이 그저 애처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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