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원장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원장

얼마 전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를 감상하고 왔다. 이 지역은 유네스코 지정 국가지질공원으로 화산 폭발과 함께 생성된 다양한 화강암 지역인데 현무암도 공존한다는 점이 특이하게 보였다. 주상절리 외에도 단층절벽과 수평절리, 연연히 이어진 폭포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견디고 이겨내 온 ‘에피파니(epiphany:갑작스럽고 초자연적인 출현 또는 현저한 깨달음)’로 여겨졌다. 절벽에 이어 만들어진 잔도와 출렁다리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이사오 사사키’의 피아노 연주곡까지 들으니 시간의 영속성과 지킴, 변화에 대한 내 머릿속 단상들이 줄을 이었다. 

주상절리는 육각형 같은 단면을 가진 돌기둥(주상:柱狀)들이 규칙적으로 붙어서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절리(節理:joint)는 암석에 생긴 갈라진 틈이다. 화산 폭발의 고온과 마그마, 용암의 급속한 냉각 과정을 통해 수축되면서 생성된다. 수천만 년에서 일 억년 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경외로움을 더해 가는 중이다. 

ESG가 최근 에피파니로 출현해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핵심 전략의 골든 키로 부상했다. 친환경 정책, 사회적 가치, 정도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높여 가고 있다. 2004년부터 본격적인 투자와 경영의 기능에 ‘배려’라는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활발히 논의됐지만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적용, 개선, 진화되고 있는 개념이다. 이런 ESG 개념은 단순하게 경영이나 인증사업 마인드, 컨설팅으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과 그 시대를 이끄는 가치를 정부나 공공기관의 공익서비스로 이해하고 이를 민간이 대신해 정착시키고 실천해야 할 사항이 바로 ESG라고 본다. 그만큼 넘치도록 충분한 기업과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 말은 공공의 차원에서 ESG를 받아들인다면 선(善)과 악(惡)적 이분법, 우(優)와 열(劣)로 구분되는 시점에서 지속가능 여부를 유연하지 못한 공리적 접근으로 재단하기 쉽다. 기업의 자생적이고 실효적인 지속가능성은 CEO와 구성원 모두 방향성에 대한 동의와 의지로 실현가능성을 높여 가야 한다. 의미를 공유하고 내재화된 프로세스가 경영 전략이 되고 스토리 빌딩을 이루며 수익구조가 좋아지면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의 기반이 공고히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지나치거나 부수적 업무로 치부하는 순간 ESG는 추락한다. 누구에게 보여 주거나 각색이 필요하다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내용 없는 포장과 도색으로 교과서식 텍스트와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주변의 여러 대상과 본질적인 괴리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정형화된 공익 서비스는 정형화를 통한 또 다른 장애를 단기간에 가져올 뿐이다. 지속가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모와 성격, 지문만큼이나 천차만별의 특성과 환경을 안고 있는 기업이며 법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 하나에도 정형화에 맞추되, 그 정형화를 뛰어넘는 내용으로 미래를 이야기하고 선의를 통한 가치를 애써 밝혀 가야 한다. 통찰과 시간의 역사성에 특별하지 않아도 보편화와 일반화된 내용을 넘는 주장과 가치를 반드시 담아야 한다. 논리와 수리만 가지고 ESG가 가진 형용사적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ESG를 이야기할 때 ‘연계성’이라는 용어는 무게중심의 견고한 축이다. 대내외적으로 보여 주는 자료에서 당연히 핵심 근거나 기준에 대한 상황논리가 중요하다. 더해 시간적 지속가능성을 받혀 주는 CEO의 진솔한 철학, 신념, 스토리가 기반돼야 한다. ‘무엇을 얻기 위해’, ‘어떤 내용을 기술한다’는 것은 재무제표나 인증서, 자격증, 수료증, 이수증, 포상 경력과 내용, 특허 등등을 통한 관리된 평판도 중요하지만 ESG는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자산화로 규정돼 안 보이고 보기 어려운 것에 대해 보려고 애쓰고 노력해야만이 실체화된 경영성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ESG가 뜻하는 지속가능성은 시간을 두고 시간을 신뢰하며 하나씩 적합한 내용으로 걸어가야 한다. 어차피 보고서에는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신뢰경영, 책임투자 같은 내용이 소개돼야 하며, 그래서 ESG는 시간의 영속성을 믿는 경영이어야 하고 그 위에 스토리와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진해 가는 것이다. 그래서 ESG는 기업을 경영하며 보이지 않는 정의와 공정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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