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원장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원장

기원전 208년 중국 진나라 말기 이야기다. ‘유방’이 진나라 도성 함양으로 쳐들어가자 황제 ‘자영’은 옥쇄를 바치고 항복한다. 군사들은 서로 다투듯 창고를 뒤져 값비싼 금은보화를 손에 넣기 시작하는데, 이 와중에 후일 ‘유방’의 승상이 되는 최측근 ‘소하(蕭何)’는 관청에 수장된 호적이나 지도 등의 서류와 문서를 체계 있게 수집하고 보관한다. 이 자료들은 후일 새로운 왕조 한나라 탄생 때 치세에 가장 유용한 참고와 거울이 됐다. 바른 몸과 마음으로 집안과 나라를 리드한 한나라 개국공신 ‘소하’의 이야기다. 

ESG로 집약되는 4차 산업과 변화의 시대, 새로운 리더십이 사회적 가치로 떠오르며 급격한 기술문명의 발전, 비즈니스 환경 변화, 팬데믹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고 이끌어 가는 내재적·자율적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논거가 확실하게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지금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주변 상황들이 희망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기도 하지만 불안과 초조함으로 개인적 심리자산이 보이지 않게 타격을 받거나 위축되기도 한다. 사소한 위험에도 민감한 느낌을 받고 매사 불확실한 선택을 우려하며 최악의 경우를 염려하는 것이다. 팬데믹은 이렇게 사회경제적 불안감을 한껏 키워 놓았고, 이 불안감은 피하려 하면 더 커지는 마성으로 보편화돼 버렸다. 이렇게 물리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신적 마음챙김, 즉 ‘마음방역’이라는 개념도 이 시대를 사는 리더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 ‘녹색가치,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기치를 내걸며 지역사회 리더들과 그야말로 아름다운 약속으로 출발한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GGMI)’은 코로나로 이어지는 지금에 와서 다시 한번 녹색의 가치를 두드리고 있다고 본다. 세상이 ‘작고, 안전하며, 자기만을 위한 길’로 방향을 잡을 때 ‘나눔’과 ‘배려’의 가치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가고 있었다고 자부한다. 세계적 현상으로 떠오른 기후환경, ESG의 시작점이 10년 전 이 작은 연구원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실천됐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다. 

녹색이라는 개념 역시 초경쟁사회에서 나온 이기적 행태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지금에 와 ESG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환경문제와 인간의 생존전략이라는 거대 담론에서 기술과 기능의 가치로 실용화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외연을 넓혀 제대로 된 녹색의 기업경영, 녹색마인드 함양, 녹색마음 가지기 등으로 개념 자체를 점차 확장시켜 정말로 필요한 이 사회를 정화적으로 리드하는 역할에 뿌리를 내린다는 소명을 녹색을 통해 다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 조금만 더 남을 배려할 수 있고, 조금만 더 미래를 위한 투자를 실천할 수 있다면 그 녹색가치는 반드시 우리 사회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리더십이야 말로 불안한 시대 팬데믹을 극복할 ‘녹색의 마음챙김’으로 나와 내 주변, 우리 사회를 보듬어 가는 녹색가치의 마음방역 주역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기업을 경영하며 이러한 보이지 않는 리더십으로 국가와 사회의 역할에 일조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그들의 리더십은 드러나지 않고도 무게가 천근이며, 의식의 영토는 광활하며 끝이 없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힘을 나누고, 그렇게 나눈 힘으로 더 큰 가능성을 찾고 있는 것이다. ESG로 나타나는 기후환경의 변화 대응, 사회적 긍정가치 생산,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정도경영을 누구에게 보이고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학문적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들이 결과를 얻으려고 서로 협력하는 사회적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이 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영향력은 그래서 선해야 하며, 그를 따르는 팔로워는 역량과 전문성으로 준비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장기적 성과를 지향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서로에게 선의의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 ESG 시대 새로운 리더십은 보여 주기 리더십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 작지만 아름답고 단단한 의지를 가지고 기후환경을 염려하며 선의와 긍정의 사회적 가치를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장악과 통제 같은 경영은 이제 분명한 구시대적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소하’의 마음가짐을 어림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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