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구 청운대학교 영미문화학과 교수
김상구 청운대학교 영미문화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검찰 개혁을 하겠노라고 공언하다가 권력을 잃고 이제는 ‘검수완박’으로 정권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다. 검찰 개혁의 실패는 어찌 보면 문 정권의 시작부터 그 안에 실패의 맹아(萌芽)를 내장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문 정권은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美名下)에 과거를 청산할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필요했고, 검찰은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한이 서려 있던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했고, 탄핵정국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오랜 시간 교도소에 가뒀다. 지난 정권의 보수 세력들은 붕괴됐고, 진보 집권세력은 국회의 압도적 다수당이 됐다. 이들은 국회에서 뿐 아니라 검찰의 칼날을 믿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20년 이상 정권을 잡을 것 같은 장밋빛 꿈에 젖었다. 그러나 개혁의 주체로 내세웠든, 권력의 도구로 이용됐든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하는 운명이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사람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사람이었으니 그를 내칠 수밖에 없었고, 막강한 힘을 검찰에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검찰 조직에 부여된 힘을 빼기 위해 문 정권은 검찰 조직에 대한 개혁을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고, 검찰 조직이 이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희비극을 연출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세력이나 진보 세력들에게 이것은 비극으로 여겨졌을 것이고, 보수 야당 세력에게는 희극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배우와 관객, 무대가 바뀌지 않았는데 보는 이에 따라 희극, 비극으로 나눠졌으니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들도, 셰익스피어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막힌 극(劇)이 탄생된 셈이다. 그 연극의 주연배우가 무대에서 내려와 나라를 직접 통치하는 대통령으로 곧 등장하니, 먼 훗날 비극과 희극을 합쳐 놓은 희비극으로 탄생된다면 요즘 BTS 못지않은 인기몰이를 하지 않을까 싶다. 비극이라는 장르가 고대 그리스의 발명품이었다면, 이 희비극은 2천 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이 탄생시킨 희대의 문학 장르가 되지 않을까?

 온 나라가 시끄러운 ‘검수완박’은 거칠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국가권력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수사권을 검찰에 그대로 주느냐, 아니면 경찰이나 다른 곳에 주느냐의 문제다. 검찰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그대로 놔뒀다가는 과거 자신들이 사용했던 검찰의 칼날을 이번에는 내가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었을 것이다. 

 여당이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세간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사권을 검찰에서 떼에 내기로 했다니 검찰의 저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혼란을 자초한 것은 검찰을 정치권력의 도구로 사용했던 정치권력에 있다. 국가 권력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형평의 틀 아래 놓여 있어야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정치세력들이 군부와 국가정보기관들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자 그들이 제자리로 돌아갔음을 보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려는 지금, 국가 권력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우리 삶의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민생문제에 국가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취직 문제로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미래를 꿈꾸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서민들은 그날 벌어 그날 먹지도 못할 만큼 하루가 절박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펑펑 쏘아대고 있는 것이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모습이다. 

 문제가 얽히고설켜 복잡해질 때는 근본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금의 소란한 ‘검수완박’의 문제는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한 데서 일어났다. 곧 들어서는 새 정부는 검찰과 거리 두기를 해 검찰이 원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세력이 사정기관을 권력의 도구로 삼으면 ‘검수완박’의 희비극은 반복된다. 수사권이 경찰에 넘어가도 마찬가지다. 

 권력과 돈을 많이 가진 자가 죄를 짓고도 그것을 이용해 버젓이 잘 살아가는 세상이 지속된다면 돈과 권력만을 쫓는 부박(浮薄)하고 비속한 사회를 면(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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