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민 옹진군수
장정민 옹진군수

수도권에 위치한 옹진군은 23개의 유인도서와 90개의 무인도서로 이뤄진 지방자치단체로, 섬 대부분은 북한과 인접한 접경지역에 위치하며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잦은 도발과 위협에도 국토 수호의 일념으로 섬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옹진군 섬 주민 대부분은 열악한 해상교통 여건과 함께 섬 내 학교가 없어 육지로 강제 유학해야 하는 교육 문제, 의료시설이 부족해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의료 문제, 먹는 물 부족으로 제한급수를 해야 하는 식수 문제, 높은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인구가 감소하는 섬 공동화 문제 등 매우 열악한 생활 여건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해상교통 수단인 연안여객선은 옹진군 섬 주민에게 있어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자 섬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기반시설이지만 지난해 10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 대중교통으로 인정받지 못해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돼 왔으며, 대중교통에 포함된 현재까지도 여전히 그 지원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재정정보원이 발간한 2021년 주요 재정통계를 살펴보면 전국 철도와 도로에 대한 중앙정부의 투자는 15조8천785억 원으로 교통 분야 예산의 74.1%에 이르는 반면, 해운·항만에 대한 투자는 2조1천99억 원으로 교통 분야 예산의 9.8%밖에 안 되고, 인천광역시 버스준공영제의 경우에도 연안여객선 운임 지원사업에 8배 높은 1천369억 원이 지원되는 등 해상교통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지원은 소외돼 왔다. 

최근 발표한 해양수산부의 여객선 준공영제 지원사업만 보더라도 24억 원의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그동안 1일 생활권 구축 항로로 지원받았던 연평·자월 여객선이 준공영제 지원 항로에서 제외돼 섬 주민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섬 주민의 고통을 헤아리고 육상교통 절반 수준의 예산이라도 지원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까? 이는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감내하며 대한민국 국토를 묵묵히 지켜온 섬 주민을 무시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금의 우리나라 해상교통 정책은 전적으로 민간 영역에 의존하며 연안여객선 등 해상교통 서비스를 민간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국 104개 항로를 운항하는 66개 연안여객 선사의 50% 이상은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영세한 업체로서 섬 주민을 위한 항로 개설과 서비스 개선은 뒷전이며, 선박에 대한 재투자를 기피하고 선사의 영업이익 보전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실례로 옹진군 9개 항로를 운항하는 7척의 여객선(쾌속선)과 11척의 차도선 중 선령 15년을 넘는 여객선은 85%에 이를 만큼 낡고 협소해 섬 주민은 해상의 각종 안전사고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심각한 실정이다. 이렇듯 정부의 열악한 지원과 영세한 선사에 의존하는 해상교통 체계에서는 섬 주민의 생활 여건은 물론 섬 경제 활성화도 요원할 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그 어떠한 섬 지원책과 노력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 할 이동의 자유와 1일 생활권 보장을 위해 지금의 해상교통 정책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 여객선을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해상의 간선도로’로 간주해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관장함으로써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형 여객선 확보와 여객선 준공영제도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로써 해양수산부가 시행하는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사업을 전 항로에 확대해 섬 주민 누구에게나 1일 생활권을 보장하고, 해양 선진국인 영국·미국·일본 등과 같이 여객운임 대중교통화와 대형 여객선 건조 지원 등 여객선에 대한 공적 지원 강화로 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섬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한다. 중앙정부는 섬과 해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섬 주민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연안여객선에 대한 지원과 공공성을 강화해 섬 주민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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