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두 명의 연개소문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월·화요일에는 설화 주인공 주몽이 인기 스타라면 주말 저녁에는 단연 고구려 영웅 연개소문이다. 9월 16일 KBS 1TV `대조영'이 시작되면서부터니 벌써 3개월째. 그에 앞서 SBS TV에서는 `연개소문'이 전파를 타고 있었다.

두 방송사가 사활을 건 이 두 사극 대작은 각각 오후 8~9시라는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다. 현재 두 사극은 공히 20%대 중반의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둘의 시청률을 합하면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최고 인기 사극인 MBC TV `주몽'을 앞서는 셈이다.

한마디로 두 사극 모두 시청자들로부터 만만치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얘기. `대조영'은 물론 대조영(최수종 분)이 주인공이지만 최근 두세 달 간은 연개소문(김진태)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대조영'에서 연개소문은 백전노장 장년의 베테랑 장수. 고구려의 안녕을 위해서는 당나라를 멸망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강경파로 당과 화친하려는 대소신료에게 코웃음을 친다. “나라가 있어야 권력도 있다”며 조국에 충성하는 그의 모습은 `대조영' 시청자들에게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대조영에서의 연개소문은 항상 스스로 나 자신과의 싸우면서 고구려를 지켜야 하는 고독한 영웅인 것 같습니다. 그러한 그의 고독함에는 인간적인 외로움과 연민이 느껴집니다'(네티즌 고원상)는 등 연개소문의 애국심과 남자다운 기개에 표를 던지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에 반해 `연개소문'에서의 청년 연개소문은 자신의 조국 고구려를 `오랑캐'라 부르는 아내를 비롯한 수나라 귀족들과 어울린다. 수나라 상단의 노예로 팔려가던 중 상단 주인과 인연을 맺어 노예 신분을 벗고 수나라 귀족 가문의 여자와 결혼했기 때문. 그런 그에게 아직껏 고구려는 자신이 태어난 땅 정도의 의미다. 현재 청년 연개소문은 수나라와 고구려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 중이다. 이러한 청년 연개소문의 모습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빨리 중년 연개소문으로 바꿨으면 합니다'(네티즌 이미진)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연개소문의 고뇌하고 방황하던 청년시절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고구려 영웅 연개소문은 주말 저녁 청·장년을 넘나들며 바쁜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처럼 동기간에 방송되는 두 사극이 다루는 시대와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에 대해 “다양성을 해치는 전파낭비”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그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

물론 두 사극 공히 1~2년 전부터 개별적으로 기획된 데다 방송 편성을 일부러 맞붙이려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비난에 대해서는 다소 억울한 감이 있다. 또 중국의 동북공정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방송가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고구려사를 조명하는 사극이 많이 나오는 것 역시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TV 사극이 일반 드라마와 달리 정칟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되도록 피해야 할 선택이었음은 분명하다.

`대조영'에서 설인귀에게 활을 맞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연개소문은 12월 3일 방송에서 임종을 맡게 된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 대조영에게 “고구려를 부탁한다”고 말한다. 한편, `연개소문'의 1~2회 때 잠시 모습을 보였던 장년의 연개소문은 1월께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대조영'에서 죽은 연개소문이 부활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