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은 화장실 같은 위생시설 마련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자 유엔(UN)이 2013년 선포한 ‘세계 화장실의 날’이다.

 화장실은 위생의 핵심이다. 인류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존엄성을 지키는 데 중요한 도구로 기능한다. 위생적인 화장실로 인류의 삶을 바꾸고 세상이 변화하길 바라는 수원시의 화장실 문화 사업을 짚어 본다.

올해 행정안전부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주최한 제24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은상을 받은 수원 ‘해우재 화장실’.
올해 행정안전부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주최한 제24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은상을 받은 수원 ‘해우재 화장실’.

# 명소마다 아름다운 화장실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있는 해우재박물관 1층 ‘해우재화장실’은 지난 11일 ‘제24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은상을 받았다.

변기 모양으로 만든 건물로 일반 화장실과 달리 내부에 곡선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변기의 둥근 모양을 따라 내부에 대변기 칸을 배치했고, 천창을 만들어 자연채광과 환기가 용이하다.

흰색과 나무색을 적절히 활용해 편안한 느낌으로 내장을 마감하고, 익살스럽게 표현한 외벽 픽토그램도 눈길을 끈다.

시는 행정안전부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주관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화려한 수상 내역을 자랑한다. 1999년 첫 공모·시상이 시작된 뒤 단 3회를 빼고 21번의 공모에서 수상작을 배출했다. 대상 3회를 비롯해 금상·은상·동상·특별상 같은 다양한 훈격으로 모두 28번 수상했다.

아름다운 화장실 첫 테이프를 끊은 제1회 대상은 ‘반딧불이화장실’이다. 화장실 이름이 드러내듯이 광교산 입구의 깨끗한 자연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앞쪽으로 넓은 저수지가 시야를 틔우고 뒤편에 든든한 산이 감싸는 형상이다. 

내부에서도 외부 경관 감상이 가능하다. 유리천장이 햇볕을 내부로 끌어들여 따뜻한 느낌을 주고, 중앙 홀에는 ‘작은도서관’을 설치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1회 대상 말고도 2000년 전국 공중화장실 베스트5에 선정됐고, 2017년에는 은상을 다시 수상했다. 수원의 아름다운 화장실 중 대표 격이다.

이후 대상 작품은 2015년 제17회 공모에서 탄생했다. ‘광교중앙공원화장실’은 색을 활용한 픽토그램으로 안내 효과를 높임으로써 덩달아 편의성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양광시스템과 물 재이용 시설, 절전 센서, LED 사용처럼 곳곳에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갖추고 환경을 고려한 화장실이다.

2020년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작 수원 ‘미술관옆화장실’.
2020년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작 수원 ‘미술관옆화장실’.

2020년 제22회 공모에서는 수원시립미술관 바로 옆에 미술관을 닮은 형태로 만든 ‘미술관옆화장실’이 대상작의 영예를 또 한 번 수원에 안겼다. 언뜻 화장실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다운 외관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사회 약자들을 배려한 공간 배치와 구성, 영·유아 맞춤형 기구와 시설을 갖춰 호평을 얻었다.

대상작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화장실은 곳곳에 있다. ▶칠보산 입구에서 7개 보물 중 맷돌을 형상으로 만든 맷돌화장실(2007년 은상) ▶수원화성 이미지를 차용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창룡문외성화장실(2006년 은상) ▶광교호수공원 잔디광장에 목재와 자연벽돌 같은 자연친화형 재료로 편의와 안전까지 챙긴 재미난밭화장실(2019년 은상)을 비롯해 수원 전역에서 아름다운 화장실을 마주하게 된다.

# 화장실 문화를 시작하고 꽃피운 수원

시는 명실공히 화장실 문화의 중심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저분하다고 여겨지던 화장실을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선도했다.

수원을 넘어 국내 다른 도시로 화장실 개선사업을 확산하고, 해외 개발도상국에도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어 문화를 전파하는 최일선에 시가 있었다.

수원에서 화장실 문화의 씨앗을 뿌린 이는 초대 민선시장을 지낸 고(故) 심재덕(1939~2009)전 시장이다.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질 정도로 화장실 문화 사업에 헌신한 인물이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 시·군 간 경쟁이 활발하던 1996년부터 화장실 관련 TF를 만들었다.

수원시가 개발도상국 공중화장실 건립 지원사업을 통해 조성한 라오스 꽝시폭포 수원화장실.
수원시가 개발도상국 공중화장실 건립 지원사업을 통해 조성한 라오스 꽝시폭포 수원화장실.

불결한 공중화장실을 도드라지게 개선해 외국 손님들을 맞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 개선 사업을 이끌던 그는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창립해 화장실 문화운동을 전국으로 확산했다. 덕분에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주요 관광지 화장실 곳곳에 음악이 흐르고, 꽃과 그림이 놓이고,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 11월 화장실 전문 국제기구인 세계화장실협회(WTA:World Toilet Association)를 창립한 뒤 초대 회장을 맡아 활약했다.

심 전 시장은 30여 년간 살던 집터에 변기 모양을 본뜬 ‘해우재’를 지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유족들이 2009년 시에 이를 기증했다.

이후 해우재에는 세계화장실협회 사무국이 자리잡았다. 시와 세계화장실협회는 화장실 관련 포럼과 콘퍼런스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함께 진행하며 화장실 관련 기술과 문화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노력으로 수원을 화장실 문화의 본거지로 만들었다.

# 세계 곳곳에 지은 ‘수원화장실’

라오스 루앙프라방 꽝시폭포나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와트 유적지 같은 유명 관광지에는 ‘Suwon Public Toilet(수원화장실)’이라는 현판이 달린 화장실이 있다.

수원시 화장실 사업과 문화가 수원을 넘어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간 덕분에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개선된 화장실을 사용하게 됐다.

세계 곳곳의 수원화장실은 시가 2014년부터 추진한 개발도상국 공중화장실 설립 지원사업으로 들어섰다. 라오스 방비엥을 시작으로 유명 관광지와 학교, 공원, 터미널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에 공중화장실을 지었다. 수원화장실은 라오스·캄보디아·네팔·베트남·방글라데시·필리핀·터키·미얀마·몽골·잠비아에 모두 25곳이 있다.

수원시가 잠비아 치볼야마켓 수원화장실 준공식에 참석해 ‘수원화장실’ 현판을 전달했다.
수원시가 잠비아 치볼야마켓 수원화장실 준공식에 참석해 ‘수원화장실’ 현판을 전달했다.

수원화장실 대상지는 설비와 위생시설이 열악한 다중이용지역을 중심으로 선정한다. 낙후한 시설로 불편을 겪는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청결한 화장실을 만들어 깨끗한 화장실의 본보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가장 최근인 올해는 잠비아에 수원화장실이 문을 열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월 8일 준공한 치볼야마켓(Chibolya Market) 수원화장실은 남·여 화장실, 장애인용 화장실을 갖춘 공중화장실이다.

잠비아에는 치볼야마켓을 포함해 모두 3곳의 수원화장실이 있다. 지난해 루사카 차이나마 힐스 칼리지 병원과 총궤 카덴데 시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수원화장실을 세웠다.

시는 개발도상국에 설치한 수원화장실이 선진 화장실 문화를 전파하고 화장실의 중요성을 확산하는 기지 노릇을 하리라 기대했다.

시 관계자는 "화장실 문화와 정보, 관련 기술을 공유하며 도움이 필요한 곳을 지원하는 일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숭고한 가치"라며 "시는 전 세계 모든 이가 안전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때까지 화장실 문화운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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