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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물난리가 났다. 집과 도로가 속수무책으로 잠기는 모습에 2017년이 겹쳐 보였다. 7월의 마지막께 쏟아진 폭우로 인천 곳곳이 물에 잠긴 날이었다. 당시 신입 기자 티를 벗지 못한 기자는 인명피해가 난 미추홀구 동양장사거리 골목을 돌며 나름대로 원인 파악에 분주했다.지대가 낮은 곳에 3시간 사이 100㎜ 넘는 비가 쏟아졌고, 빗물은 빠질 새 없이 반지하 가구를 삼켰다. 온갖 쓰레기로 막혀 버린 배수구도 피해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그 쓰레기들 중 상당수는 담배꽁초였다.얼마 전 아침 운동에 나서는 길이었다.
서해안
홍봄 기자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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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비’라는 존재는 상당히 중요하다. 가뭄 속 단비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으며 달콤한 꿀 같은 의미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는 현장에서 갑자기 내리는 비는 천군만마와도 같다.폭우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과 슬픔이 이만저만 아니다. 도로에 토사가 흘러내리고 나무가 쓰러지며 길이 막힌다. 도심 속 곳곳에 불어난 물로 국민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진다. 거리에는 침수된 자동차가 멈춰 섰다. 얼마 전 반지하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한 여성 노동자와 그의 발달장애인 언니,
서해안
안유신 기자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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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오전 투석환자 전문병원이 입주한 4층짜리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안타깝게도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는 고령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환자 4명, 그리고 이들을 돌보던 50세 간호사였다. 간호사는 대피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연기가 자욱한 현장에서 투석 중인 환자들을 그냥 놔두고 홀로 빠져나올 도리가 없었다. 환자들의 몸에서 투석기를 떼어내고 함께 탈출하려다 결국 병원 안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아버지의 팔순 잔치를 하루 앞두고 사고를 당한 현은경 간호사의 살신성인 정신을 본받겠다는 이들이 늘어난다.지난 7일 오전
서해안
신용백 기자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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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1971년 8월 10일 광주대단지사건(공식 명칭 8·10성남(광주대단지) 민권운동)이 발생한 지 51년째 되는 날이다. 성남시를 탄생시킨 결정적 계기라 할 만하다.1969년 정부의 무책임한 ‘선이주 후개발’ 정책에 황무지는 평지와 산등성이를 가리지 않고 이주민들의 천막과 판잣집으로 뒤덮였고, 현재의 모습을 갖춘 시발점이 됐다.국내 첫 도시계획으로 그려져 서울 강남처럼 네모반듯한 도시로 설계된 점은 특징(?)이라 치더라도, 그 후유증은 주거환경의 악화일로를 낳았다. 비탈길에다 소방차 한 대 다니지 못하는 곳이 즐비하고, 폭우에
서해안
이강철 기자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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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다. 귀갓길 대리운전 기사 잡느라 기다리는 것도 짜증나고, 게다가 대리비도 만만찮게 나오는데 ‘오늘은 한 번 대중교통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는 집에 모셔두고, 약속장소에서 한 잔 거하게 한 뒤 11시경 일행들과 헤어졌다. 어떻게 집에 갈까 고민하다 취중 피곤함에 비용 절감이라는 미션도 잊은 채 택시를 잡으려 큰길로 나왔다. 한참 큰길에서 택시 잡기 위해 이리저리 30분간 헤매다 보니 버스 정류장까지 왔다. 마침 집 근처로 가는 버스가 보인다. 생각할 틈도 없이 탔다. 한참을 가다 정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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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과의 관계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던 사람과의 관계가 나이를 먹으면서 공부보다도, 돈 버는 일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라고들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갈등과 오해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대답은 사람들에게 받은 수없이 많은 상처와 오해와 이해와 갈등 속에서 스스로 터득하면서 마음의 굳은살로 방어력을 키우며 마음을 다스린다고 했다. 그동안 세월이 알려 준 경험과 노하우들이 녹아든 대답이었다. 갈등 상황에서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다음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를 돌아보
서해안
김진태 기자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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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을 겪은 민선8기 경기도정, 제11대 경기도의회의 정상화가 목전이다. ‘서해안’을 작성하는 주기는 2주인데, 2주 전과 4주 전 작성한 두 번의 서해안에서 나는 융화되지 못한 경기도·경기도의회, 도의회 여야, 그리고 ‘협치’를 주제로 삼았다. 그렇게 다시 2주가 흐른 지금, 약 한 달 이어진 초유의 파행 사태에도 드디어 끝이 보이는 걸까. 기대를 감출 수 없다. 지난 한 달간 풍파가 컸다. 도의회 양당은 원 구성조차 못했고, 김동연 경기지사와 도의회 야당 간 협치 방식을 둘러싼 이견 속 두 기관의 반목이 이어졌다. ‘첫 경제
서해안
남궁진 기자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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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정책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던 2일, 한 지방교대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여파로 사실상 초등 교원 신규 임용이 더 이상 필요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해당 교대 총장이 지난달 학생회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인데, 교육부가 이미 초등 교원을 잠정적으로 줄여야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한편 이달까지 한국교원대 등 전국 교대의 입학 정원을 어느 정도 규모까지 줄일지 논의를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같은 날 지구 반대편에서는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서해안
김희연 기자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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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가리는 극악한 행위의 중심에 ‘가짜 뉴스’가 존재한다. 분명 사실이 아닌데, 개인·집단의 목적 달성을 위해 시민을 어떻게 우롱하는지 십수 년 동안 목도했다. 솔직히 이런 행위가 낯설고 꼴도 보기 싫기는 누구나 같은 마음일 터다. 진실을 가리는 거짓엔 한계가 있건만 시민을 움직여 그릇된 행위를 조장하는 이들의 양심엔 바닥이 없다. 그저 목적 달성을 위해 퍼부을 뿐이다. 진실의 왜곡을 바라는 인간들이 무리를 이루면 얼마나 쉽게 가짜 뉴스가 양산되는지 살펴보자.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남양주시 오남읍에 폐식용유를 정제하는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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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끝나면 인사 시즌이 다가오고, 매번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는 끊이질 않는다. 기자들도 이 시기에는 인사 정보를 얻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정보수집에 나서곤 하는데, 그런 면에서 문화부의 인사 소식은 좋은 쪽으로 흘러간 적이 없다. 정치인들에게 문화 관련 인사는 보은 인사를 위한 꿀 단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자리나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문화 기관 인사는 심각한 수준이다. 굳이 수원시나 경기도를 콕 집지 않아도 여느 지자체의 문화재단 등 문화기관 인사 대부분은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심각한 결점이 있다
서해안
백창현 기자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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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ISFP라고 하더라고." 한 식당에서 20대로 보이는 여성 둘의 이야기가 귀에 꽂혔다. 최근 소개팅 상대의 MBTI 이야기였다. 그들은 이 주제를 반찬 삼아 한참을 이야기 나눴다. I 성향이 본인과 잘 맞다나 뭐라나.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가 유행이다. MBTI는 외향-내향(E-I), 감각-직관(S-N), 사고-감정(T-F), 판단-인식(J-P) 지표를 기준 삼아 사람의 성격을 16개로 나눈다. 한 예로 ISFJ가 차분하고 인내심이 강하다면, 반대인 ENFP는 일상 활동에 지루함을 느낀단다. 사람의 특성을 간단한 도구로
서해안
홍봄 기자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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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처에서 지인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데, 지인의 휴대전화에 ‘원○스님’에게 택배가 도착한다는 알림이 떴다. 지인은 평소 잘 아는 스님도 없고 성당에 다니는 사람이라 이상하다 여겼고,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며칠 뒤 지인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그토록 궁금했던 ‘원○스님’의 존재를 알아냈고, 그 스님께서 보내 주신다던 택배는 얼마 전 자신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물건이었다고 말이다. 그토록 궁금했던 ‘원○스님’은 불교계 관계자나 스님이 아니라 영문 ‘ONE○S’라는 브랜드였고, 택배회사에서 한글로 ‘원○스님’이라고 표기
서해안
안유신 기자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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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원숭이두창마저 유행 조짐을 보여 세계보건기구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기후변화까지 더해져 전 세계 곳곳의 인류가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낸다.지난 주말, 양주시 어느 한 사찰의 주지스님은 이같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 일부 종교에서 말하는 개벽(開闢)이 다가온다는 증거라고 하셨다. 스님은 2024년이 개벽이 이뤄지는 시기로, 만물이 탄생하기 전 고통이 있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말
서해안
신용백 기자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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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기호일보 창간 34주년 기념식을 성황리에 마쳤다. 특히나 올해는 ‘부장’ 승진이라는, 기자를 밥벌이 수단으로 하는 인생에 더없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승진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기호일보 사령(辭令)이라 이 영광은 어느 경험보다 벅찼다. 이 공간을 빌려 다시 한번 기호일보 가족들과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한다. 더 이상 ‘버스 차장’ 소릴 듣지 않는 만큼이나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 인간을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꼰대’ 부장 호칭도 낯설지 않다. 탈모가 진행 중이거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독심술로
서해안
이강철 기자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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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힘들겠다. 지저분하다. 옆에 있다가 해코지 당할까 두렵다. 우리가 흔히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런데 이런 시각이 미디어를 통해 (일시적이나마)조금씩 변화 조짐을 보인다.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한지민의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로 출연해 신선한 화제를 모았던 정은혜 씨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 중이다.염색체 이상으로 지적장애와 특징적인 얼굴 생김새를 가진 ‘은혜 씨’는 장애를 딛고 캐리커처 작가이자 배우로 유명해졌다. 은혜 씨라는 호칭은 과년한 딸이 사람들에게 반말을 듣는 일이 마음에 걸려 그녀의 어머니가 지어줬고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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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에서 태어나 살아오면서 문득 자랑스러운 고장 평택시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경기도 남서부 최남단에 있는 시. 동쪽으로는 안성시, 동북 방향으로는 용인시, 서쪽으로는 충청남도 당진시가 있고 남쪽으로 충청남도 아산시와 천안시, 북쪽으로 화성시, 오산시가 접했다. 삼국통일 이후 평평한 땅에 연못밖에 없어 ‘평택(平澤)’이란 지명을 갖게 됐다고 한다. 꽃은 배꽃, 나무는 소나무, 새는 백로로 고덕면 방축리, 오성면 양교리, 팽성읍 등지에서 사용한 주먹도끼, 돌칼 등이 발견된 사실로 미루어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으리라 추정된다. 평
서해안
김진태 기자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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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사를 작성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무엇일까, 바로 ‘협치’다.민선8기 경기도정, 제11대 경기도의회의 임기 첫걸음부터 도와 도의회, 도의회 양당 관계가 교착 상태를 면치 못하는데도 모두들 ‘협치’를 말한다.협치의 의미는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가는 일’,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의와 공감대 조성을 선행하는 일’, ‘정치에 있어 여야가 양보하고 협력해 주요 현안을 처리하는 일’이다.그런데 지금 도와 도의회가 처한 상황은 이런 의미의 ‘협치’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11대 의회는 의정활동의 첫 스텝이자 필수 관문인
서해안
남궁진 기자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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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길이 끝없이 뒤엉켜진 미로일지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닿을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기자가 즐겨 듣는 수많은 장르의 노래 중 오로지 목소리가 주는 편안함만으로 곡을 찾아 듣게 되는 가수가 몇 명 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김동률인데, 차분한 멜로디와 어우러지는 그의 따뜻한 목소리가 읊조리듯 부르는 가사를 가만히 듣자면 기자의 마음까지 안정되는 기분이 들곤 한다.그런데 김동률의 노래 중 처음
서해안
김희연 기자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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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삶엔 무게가 있다. 누구의 삶이 더 중요한지는 논할 가치도 없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연히 자신이니까.한데 요즘 핫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나와 너로 이뤄진 세계에 살지만 자폐인은 나로만 이뤄진 세계에 사는 데 더 익숙하다.’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이 후회스럽다.자신을 끔찍할 정도로 생각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중 하나라곤 하나 그들의 차이를, 불편함을 모른 채 지나갔다.여기서 또 한방이 날아온다. "우리가 짊어진 장애의 무게입니다." 그들이 장애를 무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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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개를 참 좋아한다. 개들은 주인의 겉모습을 전혀 따지지 않고 따른다. 추남, 추녀, 미남, 미녀, 개에게는 아무 상관 없다는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출근하면 하루 종일 기다리는 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나 파병 후 돌아온 미군에게 달려드는 개들의 모습에 요즘도 눈물 짓곤 한다. 기자 역시 중학생 시절 개를 키웠다. 불독과 닮은 찌그러진 얼굴과 주름이 매력적인 ‘퍼그’였는데, 녀석의 이름은 ‘영자’였다.지금은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방법이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그 당시 집에서 키우는 개는 그저 목줄에 묶여서 밥 먹고 가끔 애교나 떠
서해안
백창현 기자
2022.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