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960~70년대에는 ‘여촌야도(與村野都)’라는 말이 있었다. 농촌에서는 여당 지지표가, 도시에서는 야당 지지표가 많이 나오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영·호남 등의 지역 구분 없이 농촌지역에서는 여당 지지표가 야당 지지표를 압도했었다. 내가 알던 어떤 사람은 "우리 동네 어르신들은 농사지어 먹고살기 힘들다고 맨날 정부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여당에 표를 준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지금도 여촌야도의 경향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많이 퇴색했다. 최근 국민들의 정치성향 중 눈에 띄는 것은...
국민들이 차분히 휴식을 즐기고 있던 신년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공동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3월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당했었는데, 공동 창업자가 모두 자신들이 만든 정당을 떠난 결과가 됐다. 김 전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공동 창업자로 불리는 내가 오죽하면 떠나겠느냐"고 말했지만, 국민들은 최근 야당 정치인들의 탈당 연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분열의 책임이 누구에게 더 큰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연초...
권력분립의 원리는 17세기 말 영국의 로크(John Locke)에 의해 입법권과 집행권의 2권분립론이 주창된 이후 18세기 초 프랑스의 몽테스키외(Montesquieu, Charles De)에 의해 3권분립주의로 발전됐다. 그리고 1787년 미국 헌법을 비롯해 세계 각국 헌법에 반영돼 근대 입헌민주주의 헌법의 본질적 요소가 됐다. 3권분립주의는 국가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의 3권으로 나눠 각각 입법부·행정부·사법부에 분담시켜 서로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
법무부가 지난 3일 사시 폐지시기를 2021년까지 4년 더 유예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로스쿨 학생과 교수 등이 크게 반발했다. 그러자 다음날 "최종입장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는데, 논란은 더 커졌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으며, 완벽한 제도는 없다. 현행 로스쿨제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쪽으로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등록금 인하, 취약계층의 입학기회 및 장학금 확대, 운영의 공정성 강화 등). "서민들의 ‘희망의 사다리’를 없앤다"는 것이 사시 폐지 비판의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다년간의 사시 준비에도 꽤 많...
스스로 변화할 줄 알아야 발전이 있다. 그러나 스스로 변화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가령 개인이 습관을 바꾸는 일도 쉽지 않다. 예컨대, 짜게 먹는 음식습관을 바꾸는 일,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 일, 담배를 끊는 일 등은 쉽지 않다. 개인이 스스로 변화하는 일도 어렵지만, 국가가 스스로 변화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개인이든 국가든 외압에 의해 변화가 강요되는 상황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이 의사의 강권에 따라 생활습관을 바꾸려 할 때는 이미 건강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국가도 외압...
모든 인간의 공통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닐까? 그런데, 행복이란 한 마디로 정의하기 곤란한 철학적 개념이다. 로크(John Locke)는 행복을 쾌락(pleasure)을 추구하고 고통(pain)을 회피하려는 욕구와 동일시했으며, 방해(uneaseness)를 제거하는 것을 행복의 출발점으로 여겼다. 그는 감각의 행복과 지성의 행복을 구별하고, ‘지성적 존재의 최고완성은 참되고 확고한 행복의 주의 깊고 영원한 추구’라고 규정하였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어떤 사람을 지칭하여 "그 사람 참 융통성 없다", "정말 요령 없는 사람이네"라고 하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국어사전을 보면, ‘융통성’이란 ‘형편이나 경우에 따라서 일을 이리저리 막힘 없이 잘 처리하는 재주나 능력’으로, ‘요령’이란 ‘적당히 해 넘기는 잔꾀’라고 해설하고 있다. 세상사는 데 어느 정도의 ‘융통성’과 ‘요령’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을 가리켜 ‘융통성 없다’ 또는 ‘요령 없다’고 비아냥거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특히 법대를 ...
외국의 좋은 법·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제도는 일본과 독일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최근에는 미국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외국의 법·제도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외국의 법·제도를 우리의 문화와 환경에 맞게 수정·변경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외국의 법·제도를 도입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수정·변경하는 경우에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
얼마 전 일본의 어느 지방을 지나다가 우연히 자위대의 훈련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장갑차부대의 훈련이었는데 직업군인들로 구성돼서인지 꽤 프로페셔널하게 보였고 첨단무기들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이런 자위대가 해외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는데, 지난 19일 아베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야당과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전보장법제를 참의원 본회의에서 강행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 직접적이고도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오래 전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수업시간에 전기와 관련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직렬과 병렬 회로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건전지와 꼬마전구를 이용하여 실험을 했었는데, 학급학생들이 대여섯 개 조로 나뉘어 둥글게 둘러앉아 진행되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제대로 연결하면 꼬마전구에 빛이 환하게 켜졌다. 실험에 성공한 조의 학생들은 다들 신기해하면서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었다. 실험에 실패한 조의 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함께 고민했고 문제를 해결한 후에 꼬마전구에 빛이 들어오면 역시 손뼉을 치며 즐...
일본과 우리나라의 법제도와 문화는 서로 다른 듯하면서 유사한 점이 많고 또한 유사한 듯하면서 다른 점도 많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어두울 무렵 숙소근처를 산책했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가고 있었다. 길모퉁이에서 경찰이 한 시민을 붙잡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자전거 전조등을 켜지 않은 것을 단속하는 중이었다. 후에 들으니, 일본에서는 도난 등 범죄방지와 행정관리를 위해 자전거를 관청에 등록하고 번호판을 부착해야 하며, 전조등과 미등을 켜지 않으면 단속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법제도...
광복 70주년이 이틀 남았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지 70년이 흐른 것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로부터 일제 치하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민족의 자존감을 짓밟힌 채 일본의 압제에 시달려야 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무 껍질을 벗겨 먹었고 풀뿌리조차도 먹었다"는 등의 고통스런 경험담들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어린 마음에도 일본에 대한 분노가 치밀곤 했었다. ‘광복(光復)’이란 ‘빛을 새롭게 되찾은 것’ 즉, ‘빼앗긴 땅과 주권을 도로 찾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70년 전의 ‘광복’은 우리에게 ‘빛’ 뿐...
2013년 국회를 통과한 정년연장 관련 법규정(60세 정년 보장)이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2016년, 300명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201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정년연장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10%대 청년 실업률이 2020년까지 16%로 증가하고, 기업의 추가 부담액은 약 10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7년부터 5년 동안 기업의 임금비용이 총 115조902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후반은 ‘유신헌법’이 시행되던 시기였다. 법과대학 1학년이던 어느 여름날 무더운 방에서 헌법책을 읽다가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 운운’하는 문구를 읽던 중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도 안 되고 또한 너무도 졸려서 책을 들고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당시 유신헌법은 ‘민주국가의 살아있는 헌법’이라기보다는 ‘장식헌법’에 가깝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렇지만, 법대생들은 국가고시 준비를 위해 유신헌법 해설서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이해가 안 되면 통째로 암기해야만 했다. 아무튼 쏟아지는 졸음...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는 ‘창조경제’이다. 언론을 통해 ‘창조경제’란 말을 수 없이 들어온지라 지금은 국민들이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창조경제’란 말이 처음 나왔을 때 국민들이 그 의미를 머릿속에 확연히 떠올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개정안의 요지는 “명령(대통령령·총리령·부령)이 법률의 취지·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15일 ‘요구’를 ‘요청’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가가 불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헌법 제12조 제7항이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장기화 또는 기망(欺罔)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규정한 것도 범법자 처벌을 이유로 국가가 고문 등 불법행
지난 13일 세계적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3년 기준으로 전세계에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람이 723명인데, 이 중 한국인이 669명으로 92.5%를 차지한다”며 오는 11월 1일 세계 평화수감자의 날에 맞춰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한국의 언론자유도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국제적인 조사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도가 매우 낮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언론자유도에 대해 ‘국경없는 기자회’는 2015년 조사 대상 180개국 중 한국을 60위로 평가했는데, 이는 ‘눈에 띌 만한 문제가 있는 나라&
지난 16일자로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지났다. 그런데 ‘도대체 왜 304명의 많은 인명이 구조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 승무원 등에 대한 1·2심 재판 과정에서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믿고 배 안에서 기다리던 승객들을 외면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