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인천지방법원 최한돈 부장판사가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6월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추가 조사를 의결하면서 이를 담당할 현안 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에 최한돈 부장판사를 선출 한 바 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추가 조사 결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최한돈 부장판사는 사직서를 제출한 뒤 법원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사법부 내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법관에 대한 동향파악은 명백히 법관 독립에 대한 침해이며, 추가조사에 대한 거...
2017년 7월 13일 , 중국 민주화의 별로 상징돼 온 류샤오보가 간암으로 사망했다. 1955년생이므로 62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유혈 진압 사태 이후에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온 고인의 영전에 삼가 깊은 애도와 존경을 드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버마의 수지 여사, 대한민국의 김대중 선생,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 이 분들의 공통점은 자국의 외세로부터 독립과 국민의 인권 발전을 위해 온 생을 받쳤다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의 20여 년 헌신과 수지 여사의 투쟁, 김대중 ...
우리나라에서 ‘경제자유구역’과 같이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해 5대 정권을 걸쳐 오랫동안 장수하고 있는 정책도 드물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모두 8개 경제자유구역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중앙 관가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지방 단위에서도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용어를 점점 듣기 어려워지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서자 취급을 받고 있지는 않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더욱이 지방에서는 단순한 지방정부의 형식적인 정책 장식품이거나 해당 단체장의 선거용 치적거리로 치부되고 있는 게 현실이...
인천시에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천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당연히 고향에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지만 타지에서 태어나 인천에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인천에 살고 있을까? 더 나아가 인천 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인천시민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만일 인천시민이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외부에 사는 사람들이 인천시민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면 인천시는 최고의 광역자치단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인천시민이 인천에 사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외부에서도 인천시민을 불쌍하게 바라보고 있다면 ...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를 둘러싸고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크고, 급기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사드 배치에 따르는 환경영향평가는 신도 피할 수 없는 법적 절차이며,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시민들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정치적 논란의 홍수 속에 빠져 있다. 법률이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을 시행 전에 사업자는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해 이를 승인기관에 제출하고, 승인기관이 환경부장관의 협의,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절차를 환경영향...
최근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2.0은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커제를 가볍게 제압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는 이제 바둑과의 대결을 끝내고 과학, 의학 등 범용 인공지능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 이상 인간과 바둑 대결이 무의미해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신은 종전의 혁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디지털, 바이오, 금융, 교육서비스, 사물인터넷 등으로 발 빠른 광폭행보를 선보일 것이다. 인류의 행태(行態) 패턴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인류는 문명 초기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에 의존...
유라시아에 광활한 영토를 보유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며 신동방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는 기존의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을 줄이며 동북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서 극동·바이칼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천연가스 개발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와 같은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양국의 에너지 수급의 필요성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셰일가스 개발과 공급에 있어서의 미·일 협력체제에 대항하려는 성격도 띠고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는 사할린에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
지난해 형사사건을 수임 받은 적이 있다. 1990년대부터 2013년도까지 함께 부동산중개업을 동업으로 해오던 피고인이 자신이 단독으로 매수한 부동산에 대하여, 뒤늦게 고소인이 공동으로 매수했다고 주장하면서 횡령 혐의로 고소를 제기한 사건이었다. 검찰 조사과에서 정밀하게 조사를 받았고, 이때 변호인인 필자가 입회하여 피고인이 조사를 받았다. 몇 차례 대질 조사를 거치기도 했다. 검찰 조사관은 최후에 피의자에 대하여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을 통지받은 변호인이었던 필자는 이 사실을 피고인에게 통지했다....
미국의 상원의원이었던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는 1950년도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공산당원 297명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미국사회는 큰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매카시의 주장을 일부 정치인들이 이용하면서 미국은 매카시즘의 광풍에 휩싸인다. 수년 뒤 지식인과 기자, 법조인들이 매카시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조목조목 지적할 때까지 미국에서 수백 명이 수감되고 1만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 매카시즘은 당시 미국에서 공산주의 확산을 두려워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던 것을 이용해 정치적 라이벌이나 노동조합 구성원, ...
최근 유엔 인권위원회 산하 고문방지위원회는 한국에 대한 평가보고서에서, 2015년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가 고문 및 기타 잔인하고 비인도이고, 굴욕적인 처우 및 처벌의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 제14조에 위반된다면서 위 합의의 수정을 권고했다. 1975년 12월 9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위 일명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세계 인권선언 제5조를 기초로 해 1984년 12월 10일 유엔에서 정식 협약으로 채택됐고, 우리나라는 1995년 2월 8일 국회 비준을 받아 전 세계 123개 협약 가입국의 하나가 됐다.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한일 위...
최근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혼란 상태를 거쳐 역동적인 또 다른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작년 말 일명 최순실 게이트 직후 2016년 12월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의결,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 2017월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라는 파란만장한 정치적·사법적 과정이 숨 가쁘게 지나갔다. 대다수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상황과 국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이념·지역·세대 간 대립과 갈등을 보면서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아노미(Anomie) 현상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음은 물론이다. 오죽했으면 "세계에서...
‘악법도 법이다’라고 소크라테스는 이야기했지만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시민사회에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들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하에서 법은 민중을 억압함으로써 독재를 공고히 하고 군사정권을 연장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인식했고 따라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법을 따르는 것은 잘못된 것(불의)에 굴종하는 것이었고 이에 대항해 투쟁하고 거부하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했다.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군사정권과 이들의 통치수단으로서의 법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시민사회 진영 간의 오랜 대치는 문민정권이 들어서고도 상당...
요즘 돌아가고 있는 동북아 정세는 한가로이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만족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사드 문제는 하나의 뾰루지일 뿐이다. 가장 핵심적인 위험 요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을 타격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고, 자국의 안보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는 미국 정치권은 우리의 생각과 전혀 다른 판단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태평양 인근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요인은 남중국해, 타이완, 조어도, 그리고 북한까지 아시아 전체에 걸쳐 빼곡하게 펼쳐져 있다. 남중국해...
어느 국가나 성숙한 사회로 이동해 가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음을 인류의 역사는 보여준다. 17세기 이후 유럽의 근대화를 이끌어 온 밑바탕은 개인주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라는 틀이었다. 이러한 제도들을 유지시키기 위해 그들은 많은 피를 흘려야 했고, 그 속에서 약속 잘 지키기, ‘똘레랑스(관용)’와 같은 덕목들을 발굴해 냈다. 상호간에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서는 위와 같은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을 터이니 ‘사회계약론(약속 잘 지키기)’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불관용(zero-tolerance)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 5월 조기대선이 현실로 다가왔다. 급하게 치러지는 대선이다. 국민들의 마음도 혼란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차분하게 이번 대선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5월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생각해야 할 ‘대의’는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 보수 후보가 없다면서 보수진영 후보를 찾자고 한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후보를 진보후보로 나누며, 정권을 좌우파로 나눈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진영싸움 계략으로 이득을 보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판은 보수와 진보의 진영싸움이 아니다. 그 주장도 옳지 않다....
3월 남도로부터 봄소식이 전해진다. 어딘가 대문을 박차고 떠나고 싶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행(Travel)과 관광(Tour)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여행과 관광은 집을 떠난다는 점만 같을 뿐 다른 공통점은 전혀 없다.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다. 여행객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지혜를 얻고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 관광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소비 행위이다. 관광객은 관광을 통해 편안함과 즐거움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지난 반년 가까운 기간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여야의 극한 대립과 대통령 파면 등 혼돈의 정치이슈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그러는 사이 안 좋았던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안보마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현재 경제·안보 동시 위기란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얼어 붙은 내수는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고용 역시 제조업에서만 취업자 수가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6만 명...
새해 들어서도 국내외 정세는 격렬하게 요동을 치며 한 치도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과 돌발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먼저 작금 한반도 주변의 뜨거운 화두는 ‘미국 최우선주의’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돌적인 정책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인체제 강화 그리고 그에 따른 미·중 간 패권 다툼 격화로 집약할 수 있다. 또한 작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된 제4차 산업혁명이 또 다른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세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6월 항쟁의 결과로 1987년에 헌법이 개정돼 이제 곧 30년이 되어간다. 현행헌법은 국민들의 참여와 희생으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결과물이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상징이다. 그러나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나라의 시대적인 상황과 과제가 변화하였고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준도 높아졌다. 과거의 잦은 헌법개정이 대부분 권력자들이 초래한 정치적 혼란의 결과물이라면 이제는 현행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이 개헌을 준비할 때이다. 현행헌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제...
지난 금요일 오후 2시에 국선 변호 사건을 진행하기 위해 법정을 향했다. 빈부의 격차가 무엇인지를 실감하게 해주는 국선 사건이었다. 보통 수준의 삶을 살고 있다면 어떻게 저런 금액을 배상하지 못해서 형사 재판을 다 받느냐고 할 극히 소액의 배상을 해 주지 못해 불구속 재판을 받는 피고인을 위한 국선 재판이었다. 그런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1987년부터 거의 30여 년을 법정에 다니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재판을 겪어 보았지만 그날의 재판을 참으로 잊을 수 없었다. 참으로 특이하게도 본인이 직접 본 모든 사건은 하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