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0시부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횡령·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형과 130억 원의 벌금형을 받고 수감됐다가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이 정지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다수의 인물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데 이 사면을 두고 "사법부의 판단을 형해화하는 사면권 남용은 삼권분립 위반이고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을 법률전문가들과 일반시민들이 제기한다. "다 풀어줄 바에야 재판은 뭐하러 하나"라는 사법 허무주의와 냉소도 팽배하
지난 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는 농협중앙회장의 ‘1회 연임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가까운 시일 내 남은 입법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다수이지만 농협중앙회장의 권한 집중·남용 사례가 과거처럼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주지하다시피 농협법은 ‘농협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여러 차례 개정됐다. 1988년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이후 회장의 권한 집중·남용·비리 등이 발생해 국민들의 비판이 고조되자 2009년 정부 주도로 중앙회장 간선제·단임제를 도입하는 법
법학서적을 처음 읽어 보는 사람은 대개 생경한 한자 용어를 접할 때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필자가 법과대학 1학년 시절 민법총칙 도서를 공부할 때에는 ‘객체(客體)’라는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객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런데 ‘권리의 주체’, ‘권리의 객체’라는 상대적 관련성을 감안할 때 비로소 ‘객체’란 곧 ‘대상’ 내지 ‘목적’을 의미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영어의 ‘subject’를 ‘주체’로, ‘object’를 ‘객체’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아무튼 ‘권리
심리학자 아브라암 매슬로(Abraham Maslow, 1908~1970)가 주창한 ‘욕구계층이론(욕구위계이론)’은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에 따라 낮은 수준의 욕구에서 높은 수준의 욕구로 일련의 계층을 구성한다는 이론이다. 초기에는 5계층이었으나, 매슬로가 죽기 1년 전인 1969년 1계층을 추가해 6계층이 됐다. 이 6계층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생리적 욕구(산소, 음식, 수면, 의복, 주거 등 삶 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욕구) ▶안전 욕구(신체의 위험과 생리적 욕구의 박탈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욕구) ▶소속감 및 애정욕구(다른
민주주의는 정치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생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환경, 모든 조건 속에서 민주주의가 추구되고 실천돼야 한다. 즉, 민주주의가 국민들의 의식과 생활 속에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민주적인 생각, 민주적인 판단, 민주적인 행동규준 등이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항시 적용되고 실천돼야 한다. 현재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직도 많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덴마크에 본사를 둔 북유럽의 대표적 낙농업협동조합인 알라푸드 협동조합(Arla Foods Amba) 정관의 특징과 시사점을 3회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3회 차로서 ‘사업·운영 측면’의 특징과 시사점을 기술하려고 한다. 먼저 알라푸드 협동조합의 정관은 ‘조합원의 엄격한 전속출하의무(專屬出荷義務)’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즉, 알라푸드 협동조합의 모든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생산량 전량(全量)을 조합에 출하해야 한다. 다만, 자기 농장의 사료용을 포함한 자가소비량과 자기가 직접 가공·판매해 농민시장(fa
덴마크에 본사를 둔 북유럽의 대표 낙농업협동조합인 알라푸드 협동조합(Arla Foods Amba) 정관의 특징과 시사점을 3회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2회 차로서 ‘지배구조 측면’의 특징과 시사점을 기술하려 한다.먼저 알라푸드 협동조합은 지배구조 구성체계(governance framework)를 조직 거버넌스(cooperative governance)와 사업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로 구분해 운영한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조직 거버넌스로서는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대의원회(Board of Repr
최근 알라푸드 협동조합(Arla Foods Amba)의 정관을 검토한 바 있다. 이하에서는 그 특징과 시사점을 3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참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우선 알라푸드 협동조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알라푸드 협동조합은 2000년 스웨덴의 유제품 협동조합 알라(Arla)와 덴마크의 MD푸드(MD Foods)가 합병해 설립됐는데, 본사는 덴마크 오르후스(Arhus)에 있다. 1881년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유제품협동조합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는데, 이후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거치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임기 종료 시점은 5월 9일 밤 12시다. 두 달도 채 안 남았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했다고 자랑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는데 5년의 단명 정부로 끝나게 된 데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 역사가들이 문재인정부의 공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지금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현재의 관점에서 필부필부(匹夫匹婦)의 눈으로 지난 5년을 뒤돌아보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 점들이 있다.첫째, 부동산정책의 실패가 일어난 경위를 이해하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우크라이나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오래된 영화가 있다. 소피아 로렌,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등이 열연한 ‘해바라기’다.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이 제작한 이탈리아·프랑스·소련의 합작영화로, 제2차 세계대전이 갈라놓은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영화에는 구소련의 우크라이나 지방에 펼쳐진 드넓은 해바라기 밭의 아름다운 정경이 나오는데, 주제음악 ‘사랑의 상실(loss of love)’의 애잔한 선율과 함께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짙은 인상을 남겨 준다. 전쟁 후 생사를 모르는 남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를
1970년대 당시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에서 주관한 ‘전국자유교양대회’가 있었다. 전국의 학생들에게 고전 읽기를 장려하고 필기시험·독후감대회를 통해 우수 학생을 선발해 표창했는데, 지방에서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표창식 참석차 생애 최초의 서울 구경 기회도 주어졌다. 다소 획일적인 독서 장려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 덕에 많은 학생들이 삼국유사, 그리스·로마신화, 단테의 신곡 등 동서양의 다양한 고전을 접할 수 있었다. 요즘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필독 권장도서’가 있지만, 영화·게임 등 각종 선택지가 넘치는 상황이라 학생들이 예전보다
지난달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의 공사)에 우선적으로 시행됐다. 개인사업자나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인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이 법은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1월 26일 제정됐고 1년의 유예기간을 지나 마침내 시행되기 시작했는데, 기업의 준비상황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해가 바뀌면 새해부터 달라지는 법령과 정책에 유념해야 한다. "바뀐지 몰랐다"는 변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법조계에서는 검찰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제도(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것을 큰 변화의 계기로 받아들인다.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7년 만에 형사사법 분야에 큰 변화가 생겨난 것인데, 이는 검찰 권력의 오·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종래에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지만, 올 1월 1일부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침잠된 분위기에서 맞는 새해이기에 국민 모두에게 ‘희망찬 새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진다. 국민 각자가 마음에 간직한 크고 작은 희망(소망)들이 잘 이뤄지길 빈다.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데, 금년은 가히 ‘정치 풍년의 해’라고 할 수 있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 6월 1일 지방선거 등 중요한 선거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어려움 속에 의기소침해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정치
인류의 최대 덕목은 ‘진실을 추구·옹호하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정의’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실을 추구·옹호하다가 큰 위험과 희생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언론인들이 더 위험해졌다"며 세계 언론 자유 수준에 우려를 표했다. 유네스코는 "2006~2020년 사이 전 세계에서 1천200명 이상의 언론인이 살해됐으며, 이들 사건 10건 중 9건이 사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했다.2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주최로 지난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1895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1차 대회 이후 33번째 행사로, 한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유럽 이외 지역 개최는 1992년 일본 이후 19년 만이다. 이번 대회는 ICA 창립 125주년(2020년 기준)과 199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채택된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지닌다. 개회식에는 85
현대차와 기아차의 엔진 결함 문제를 내부 고발해 미국 정부기관으로부터 2천430만 달러(280여억 원)의 포상금을 받은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우리나라에선 공익신고를 하지 말라"는 우울한 충고를 전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공익을 위해 비리를 신고해도 보상에 비해 개인의 희생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익 제보를 했다가 개인적인 낭패를 본 사례들이 많은데, 이번에 보상을 받은 김 씨도 2016년 공익신고를 한 이후 사내 보안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됐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는 등 큰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현재
11월 11일은 제26회 농업인의날이다. 농업인의날은 농업이 국민 경제의 바탕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자부심을 키우며 그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종전의 ‘어민의 날’, ‘목초의 날’을 통합한 ‘권농의 날’이 ‘농어업인의 날’로 바뀌었다가 ‘농업인의날’로 바뀌었다.과거에는 일상생활에서나 법령에서나 공히 ‘농민’이란 용어를 사용했었는데, 정부(농림부)가 농업 관련 법령 안에 들어 있는 ‘농민’이란 용어를 ‘농업인’이란 용어로 바꿨다.예컨대 1994년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시 제22조에 규정된 ‘농민’이란 용
우리 사회에 사기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부동산사기 등 수법도 다양하고 방식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피해 건수와 규모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재산범죄의 다수가 절도·강도 등이었는데 사회가 발전하고 디지털화되면서 기상천외한 수법·방식의 사기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이스피싱의 경우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범죄자들의 접근과 유혹을 한 번이라도 당해 보지 않은 국민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수사기관이나 자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은 가장 흔한 사례인데, 최근에는 "저금리 대출을 해 주겠다"는 식
오는 10월 21일은 제76주년 경찰의날이다. 1948년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한 이후 1957년 11월 내무부 훈령에 따라 이날을 ‘경찰의날’로 지정했고,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 주관 기념일로 확정돼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사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을 ‘경찰행정’ 또는 ‘질서행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국가의 핵심적인 기능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처럼 중요하고도 어려운 경찰행정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들을 격려·위로하기 위해 ‘경찰의날’을 지정해 기념하는 것은 큰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