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설악고등학교 도서관에서 활동 중인 학생들.
가평 설악고등학교 도서관에서 활동 중인 학생들.

가평 설악고등학교는 가평군 설악면 작은 산봉우리 아래 1968년 설악잠업고등학교로 개교한 뒤 1972년 현재 이름으로 변경돼 꾸준히 성장하는 학교다.

‘멀리 보고 함께 해 희망 꽃을 피우는 학교’를 비전으로 삼아 설악 교육가족 모두가 ‘소통과 협력으로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데 있는 힘을 다한다.

더구나 지역 특수성으로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다 보니 올해는 전교생 약 40%(10개국)가 다문화가정 학생이다. 이 중 70%는 국내 출생 다문화가정 학생이고, 중간에 입국한 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30%를 차지한다.

이들 모두 한국어 실력이 매우 우수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휘력과 문해력에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함은 물론 올바른 독서 문화를 정착해 교육과정과 연결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황연희 교사를 만나 ‘책 읽는 학교’의 뒷얘기를 들어봤다.

쁘띠프랑스에서 진행한 어린왕자 관련 독서체험학습.
쁘띠프랑스에서 진행한 어린왕자 관련 독서체험학습.

-‘책 읽는 학교’와 관련해 설악고등학교만의 특색이 있다면.

▶가평 설악고등학교는 설악중학교와 병설교다. 설악중 졸업생 90% 정도가 바로 옆에 있는 설악고에 진학한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 도서관을 중심으로 설악중에 입학하는 아이들부터 설악고 3학년까지 독서를 기반으로 한 말하기(토론), 글쓰기, 책 읽기 프로젝트 ‘나비가 되고픈 애벌레들의 독서 프로젝트’를 한 단계씩 계획하고 실천한다. 그 결과 지난해 중고 연합 학생 창작시집 「설악은 아름답다」를 발간했다.

또 중·고교가 학교 도서관 하나를 공유한다. 사서 교사를 중심으로 중·고 국어교사 4명이 긴밀하게 연계해 지역교육지원청 독서 프로젝트(사제동행 인문독서 프로젝트)도 함께 수행하며 시팟캐스트 영상도 제작하고, 학생 창작시 낭송 음원도 발표하면서 학생들의 독서 흥미와 의욕을 고취하는 데 힘쓴다.

올해는 설악중·고 국어교사를 중심으로 가평인문독서교사연구회도 조직해 운영 중이다.

북콘서트 행사.
북콘서트 행사.

-‘책 읽는 학교’를 운영하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최근 독서의 달 행사로 진행한 ‘시 처방’ 활동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시를 고르고 색 접시에 멋지게 꾸며 사탕과 함께 전달하는 활동이다.

한 학생이 상담을 하느라 날마다 늦게 퇴근하는 담임 선생님이 안쓰러웠는지 ‘칼퇴’라는 시를 찾아 색 접시에 적어 교무실로 보낸 뒤 그 선생님과 한 대화가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다른 에피소드는 2학년 독서 시간에 진로독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였다. 자신 진로와 관련된 철학 소설을 읽고 서평 쓰기, 독서신문 만들기, 발표로 이어지는 수행평가를 했는데, 외국 학생 한 명이 「정약용, 슈퍼 히어로가 되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매우 힘들어했다. 그 학생은 한국에 온 지 6년쯤 됐는데, 아직은 어려운 한자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담당 교사 격려와 응원을 받아 겨우 책 읽기를 마치고 계속 되먹임을 받아 서평도 완성하고 독서신문도 만들어 발표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고 인상 깊었다.

가평 설악고등학교 2학년 독서교과 활동 중 ‘나만의 독서신문 만들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
가평 설악고등학교 2학년 독서교과 활동 중 ‘나만의 독서신문 만들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

-‘책 읽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나.

▶설악고는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다. 그래서 어휘력이나 문해력이 도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 견줘 많이 뒤처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시로 대학을 가는 학생이 많지 않고,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교과별 교육과정 설계에서도 학생들 진로를 살린 다양한 수업활동을 설계한다. 독서와 연계한 수업을 한다는 뜻이다. 같은 교과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각자 진로에 따라 다른 책을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관심이나 궁금증을 확장한다.

그 결과, 지식이 쌓이고 전문성이 생기며 대입 면접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게 돼 실제로 성적보다 상위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가 많았다.

다행히 지자체에서 해마다 진로 독서활동 예산을 많이 지원해 다양한 독서 연계 활동을 벌인다.

지난 1학기 말에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기말 진로독서 프로젝트’를 일주일간 진행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1인-1권 진로독서 읽기, 독후 발표대회, 작가와 대화, 북콘서트, 인문학 강의, 팝업북 만들기, 독서체험학습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흥미와 진로 설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뒀다.

-자랑하고픈 독서 공간이 있다면.

▶설악고 교사(校舍)는 지은 지 오래돼 여유 공간도 없고 도서실도 접근하기 어려운 3층 구석에 자리잡았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자주 드나들게 하려고 도서관 활용수업을 일정한 시간에 진행하고, 독서 동아리를 중심으로 가끔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설악고에 전근 와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도서관 공간이다. 공간 개선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접근이 쉽지 않았다.

설악중은 내년 미래학교 사업으로 새로 건축을 하면서 도서관을 독립하기로 했는데, 설악고도 설악중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위한 독서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학기말 진로독서집중 프로젝트 독서프레젠테이션 대회.
학기말 진로독서집중 프로젝트 독서프레젠테이션 대회.

-‘책 읽는 학교’ 운영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설악고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 준비만을 위한 책 읽기(교과나 동아리 활동)를 하는 듯싶다. 2학년부터는 학생부 독서활동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더욱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진부할지 모르지만 학생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내용은 책 속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영혼이 풍부해지고 미래 삶이 윤택해지기에 담당 교사 말을 믿고 잘 따라줬으면 한다.

-설악고가 ‘책 읽는 학교’로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길 바라나.

▶다문화학교인 설악고 학생들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애벌레가 자라서 나비로 탈바꿈하듯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책 읽은 학교’가 그 뿌리와 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다함께 가치를 창조하는 미래에 동참할 줄 아는 시민으로서 자세를 기르는 데는 역시 책 읽기가 기본이라고 믿는다.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교과 교육과정 안에 독서연계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이 설악고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설악중과 연계해 6년간 독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자연스럽게 ‘기본’을 갖추게 되리라 본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가평 설악고등학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