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6월이 됐다. 1년의 반이 지나는 셈이다. 축구로 치면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이다. 지난 반년을 돌아보면, 코로나 상황 속에서 국민 대다수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우울한 일들이 주로 떠오르고 유쾌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하반기에는 코로나 상황이 제발 진정되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다시 피기를 기대해 본다. 어쨌든 이제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할 테고 이윽고 여름을 맞게 될 것이다. 6월의 달력에 기재된 절기와 기념일들을 들여다보니, 지난 5일은 망종이자 환경의날이었고, 6일은 현충일이었다. 오늘은 6·10민주항쟁 제34주년 기념일이고, 14일은 단오, 21일은 하지, 25일은 6·25 한국전쟁 기념일이다.

역사 속에서 ‘오늘’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상류의 물이 흘러내려 하류의 물이 드넓게 흐르듯이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인류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옛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자주 돌아보고 살피게 된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아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그의 저서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또 다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이 탄생-성장-쇠퇴-붕괴 과정을 거쳐 순환한다는 역사 순환설을 주장하면서, 문명을 움직이는 원동력을 고차원 문명과 저차원 문명 간의 ‘도전과 응전’, ‘내적 프롤레타리아트와 외적 프롤레타리아트’, ‘창조적 소수와 대중의 모방’ 등으로 분석했다. 이들 석학들의 가르침은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1987년 6월 10일부터 6월 29일까지의 기간 서울의 종로·을지로 등 주요 도로의 아스팔트는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단군 이래 서울의 주요 도로가 그처럼 지독한 최루탄 연기에 휩싸였던 적은 아마 없었으리라. ‘독재타도’와 ‘호헌철폐’를 목이 터져라 외치는 학생들의 시위에 ‘넥타이 부대’라 일컬어진 화이트칼라·샐러리맨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결국은 신군부 세력의 정권연장 야욕을 좌절시키고 ‘6·29’라는 항복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얻어낸 것이 ‘대통령 직선제’, ‘헌법재판소 설치’ 등 주요 내용으로 하는 1987년 헌법 개정이었다. 6·10민주항쟁이 어느 날 갑자기 터진 것은 아니고 전두환 독재정권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오다가 박종철·이한열 열사 죽음, 4·13 호헌조치 등 사건을 계기로 요원의 불길처럼 항쟁이 확산됐다. 돌아보면, 역사적 사건들은 때때로 ‘우연’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필연이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뇌리에는 당시 일들이 기억 속에 생생하지만 요즘 학생들과 2030세대에게는 아마도 역사 책 속의 아득한 사건들로만 인식될 수도 있겠다. 우리의 청소년과 자녀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만큼의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로움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고 앞선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에 의해 성취된 것들이라는 점을 제대로 알게 해야 한다. 

요즘처럼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이 거의 사라진 때에는 그러한 교육이 특히 학교 현장에서 잘 이뤄져야 한다. 뉴스를 보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제34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초·중·고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를 배포한다고 한다. 현직 교사들이 직접 기획·집필한 이 자료는 2017년 6·10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던 기초자료를 토대로 미얀마 민주화운동 등 최근 민주주의 이슈와 내용을 추가했다고 한다. 

또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현장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 등 6월 민주항쟁과 관련한 장소를 역사 교사들이 방문해 설명하는 영상 등 31종의 영상 콘텐츠와 참고도서 목록도 제공된다고 한다. 교육자료는 온라인(minjuroad.or.kr)으로 배포된다고 하니 학교와 가정에서 널리 활용됐으면 좋겠다. 역사는 정신이요 곧 혼(魂)이다.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국민 즉 얼빠진 국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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