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허탈감’에 빠뜨리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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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허탈감’에 빠뜨리지 말아야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21.01.14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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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새해를 맞아 사람들은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자못 진지한 시간을 보낸다. 특히 2021년은 코로나 상황이라는 전대미문의 고통 속에서 맞는 새해이기에 국민들의 마음가짐이 다른 해보다 비장하고 결연하다. 

금년이 ‘신축년(辛丑年)’ 즉 흰 소띠의 해로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일어나는 해’라고 하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져보려 애쓰지만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사회지도층과 정부는 국민을 위로·격려하며 희망을 불어넣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자칫 허탈감과 좌절, 낙담에 빠뜨릴 것으로 우려되는 일들이 생겨 답답해진다. 두 가지 점을 거론하고자 한다.

첫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가 불쑥 거론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다. 

많은 국민들이 "경제가 어렵고 국민들의 심신이 피로한 상황에서 웬 뜬금없는 사면론인가"라며 어리둥절하고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론과 언론에 비춰진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 "반성과 사과조차 하지 않는데도 사면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두환 사면도 좋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형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면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등의 견해가 다수인 것 같다. 

심지어 ‘전두환-노태우의 6·29선언 밀약’과 같이 이 대표가 청와대와 사전 교감하에 거론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청와대와 이 대표가 모두 "교감이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평소 신중하다는 평을 받는 이 대표가 작심하고 꺼낸 말이기에 의심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로서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계산된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마저 제기한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제기한 것이고, "총리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을 짐작해온 편"이라고 말했다. 

마침 문 대통령이 7일 신년인사회에서 "새해는 통합의 해"라며 ‘통합’을 화두로 제시하자 그것이 곧 ‘사면’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즉각 "통합이 사면을 시사한 것으로 보도들이 나오는 것은 잘못 본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사실 다수의 국민들은 과연 ‘통합’의 효과를 보게 될 지에 대해 회의적이며 ‘국민 통합’이란 말 자체에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들이 국민들의 불평·불만이 커질 때마다 "국론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 "국론 통합을 이뤄야 한다"라면서 탄압의 빌미로 삼았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일 향후에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법감정(法感情)을 깊이 고려치 않고 단순히 ‘국민 통합’이란 추상적 명분만으로 사면을 단행한다면 이는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역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둘째는 지난해 12월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광역교통 개선대책이다. 

정부가 교통개선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는 것은 좋지만, 그 시기를 꼭 이때로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작금에 부동산시장에 불이 붙어 있는 상황에서 기름을 쏟아 붓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의 발표대책에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에 ‘창릉역’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발표 직후에 인근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84㎡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이 종래 8억~9억 원이었는데, 며칠 사이에 11억 원 실거래가 발생했고, 현재 매도호가는 15억~16억 원에까지 이른다. 이를 보고 허탈감과 근로의욕 상실감에 빠지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전체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는 개발사업 이익이 인근 부동산 소유자들에게만 전유(專有)되지 않도록 사전대책을 세운 다음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시점에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가 한쪽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급등을 초래하는 엇박자를 보이고 있으니 국민적 불신이 자꾸 커진다. 

바라건대, 사회지도층과 정부는 제발 국민들에게 허탈감과 좌절, 낙담을 안겨주는 언행을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힘든 마당에 삶의 의욕마저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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