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우(牛)시장하면 서울 마장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마장동에도 없는 도축장을 끼고 매일 신선한 육류를 제공하는 우시장이 바로 인천시 서구 가좌4동 480-19번지 일대에 위치해 있는 `인천축산물시장'이다.

지난 2001년 죽은 소 불법도축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적잖은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았던 이곳, 인천축산물시장이 지금 변화하고 있다. 잃었던 신뢰를 되찾는 길은 `소비자에게 보다 좋은 품질의 육류를 제공하는 것'이라 믿고 있는 상인들의 손길이 오늘도 바쁘다.

시민들에게 십정동 우시장으로 통용되고 있는 `인천축산물시장'의 행정구역은 사실 서구 가좌4동이다. 부평구 십정동과 서구 가좌동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십정사거리에서 가좌IC방면으로 200~300m 내려가면 우측 안쪽으로 위치해 있다.

인천도축장이 들어선 이후 하나둘씩 자리잡은 정육상점으로 인해 25년 전인 1982년 50~60개의 상점들이 시장을 형성했으며 2005년 서구청으로부터 `축산물 재래시장' 명칭을 얻었다.

현재 도·소매 상점만 150여 곳. 식당을 포함해 160여 곳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매일 아침 전국 각지로 축산물이 배달된다.

인천에서는 유일한 축산물 시장인 까닭에 점포가 밀집돼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품질의 육류가 구비돼 있다.

이 덕분에 소비자는 여러 가게를 둘러보며 품질과 가격을 비교해 구입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점포들이 도·소매를 함께하고 있다.

또한 인근의 도축장으로부터 부산물의 원활한 공급이 이뤄져 특수 부위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신선한 소 간 등 생물을 바로 먹어볼 수도 있다.

십정사거리를 경유하는 시내버스 77번, 3번, 42번(이학식당 앞 하차)과 마을버스 532, 533번(축산프라자 앞 하차)을 이용해 도보 5분이면 도착한다. (상인회 사무실 ☎032-575-5511)

   
 
   
 
# 현장 둘러보기

골목길 좌우로 빈틈없이 붙어 있는 가게들, 붉그스름한 가게 조명 사이로 생고기의 비릿한 내음이 풍기지만 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상인의 빠른 손놀림은 놀랍기만 하다.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걸려 있는 고기 덩이로 인해 대형 할인마트에서 보기 좋게 손질된 소, 돼지고기만을 봐온 젊은 세대들에겐 그다지 달갑지 않은 장소란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하지만 재래시장만의 낡고 오래된 풍경은 현대식 매장의 화려한 분위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도 결국 서민의 정취, 사람 사는 냄새와 사람 사는 모습일 것이다.

23년째 한 곳에서 장사하고 있다는 유해은(명진축산)씨는 기자가 발길을 멈춰 이것저것 물어보자 좋은 고기 고르는 법을 풀어 놓는다.

유 씨는 “좋은 고기를 사기 위해선 마블링을 잘 봐야 한다”며 “육색이 선홍색인 것이 신선하다”고 귀띔했다. 또 “발품을 팔아 여러 가게의 상품들을 비교하되 소소한 가격차이보다는 같은 등급이라도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빠지지 않는 주제는 재래시장의 침체.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바삐 움직이는 배달차만 있을 뿐 고기를 구입하는 일반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온 재래시장도 세태의 변화 때문인지 성세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평이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80~90년대 호황을 누릴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매출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올해의 경우 설 대목에도 한산했다”고 탄식했다.

상인 문주천(한일축산)씨는 “대형마트보다 10~20% 저렴한 데도 지척에 있는 마트에 손님을 빼앗기다 보니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상인회에서도 환경정화운동을 통해 가게외관을 새롭게 단장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걱정 어린 푸념을 뒤로 하고 인천도축장을 향해 오랜 시간 발 때가 묻어 있는 시장 골목을 100여m 올라가보니 여러 재래시장에서 느꼈던 `주차장 부족' 문제가 눈에 띄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2차선 찻길은 고기 배달차들이 점령해 차량 한 대가 지나갈 만한 자리만 남는 실정이다. 상인회에서도 시장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차장 부지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주변에 그만한 땅도, 예산도 없다는 것이 커다란 딜레마다.

드디어 인천도축장(삼성식품)에 도착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하루에만 소 80두, 돼지 600~700두가 도축되는 곳이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소들이 등급판정을 받고 인천축산물시장의 75%가 이곳의 고기를 가져다 쓴다.

여기 축산물시장이 도축장과 함께 있기 때문에 고기의 유통과정이 짧아 소비자에게 신선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상인들과 도축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도 시민들에게는 `인천 우시장에 좋은 고기가 없다'는 인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1년 죽은 소 도축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적지 않은 시민들이 등을 돌린 것. 일부 부도덕한 사람들의 행위가 IMF 이후 침체기를 맞은 시장 경제에 찬물을 붓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삼성식품 도축장은 8억여 원을 들여 도축공정을 개선하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임을 인증하는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적용사업장(HACCP)으로 지정받았다.

HACCP 체계를 구축한 도축장은 식품 원재료 생산, 제조, 가공, 보존, 유통단계별 오염 요인을 없애도록 하는 위생 관리 체계에 따라 매년 식약청의 위생 점검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최고의 위생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식품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고기가 없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며 “최고의 위생시설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하루 20두의 한우를 도축하고 있는 등 상등급 고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축장을 나와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최근 생긴 7층 규모의 축산백화점, 지하층과 4·5층에 냉동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는 입주업체가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축산백화점은 1층은 횡성한우 등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고 2층에서는 구입한 고기를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구성해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는 계획이다.

옛날처럼 북적이진 않지만 인천축산물시장 상인들은 상인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손님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시장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곧 시장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인천축산물시장상인회 장태순(46·한강축산유통)회장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라고 뽑아 주셨으니 160여 명의 상인들과 함께 시장의 변화를 주도해야지요.”

상인회가 구성된 지 올해로 15년. 올 1월 회장직을 맡은 장태순 씨는 7년 전 축산물시장에 들어온 신참 아닌 신참이다.

장 회장은 지난 99년 인천서부경찰서에서 퇴직, 가구사업 운영 중 축산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지인의 도움으로 7년 전 한강축산유통을 개업했다.

한강축산유통은 감자탕에 들어가는 등뼈와 목뼈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매상으로 장 회장은 최근 `인천'의 한자어로 풀어 놓은 `어진내'라는 감자탕 전문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장 회장은 취임 이후 상인들 간 화합에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최근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등 시장분위기 살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장 회장은 “인천축산물시장은 서울 마장동 시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전국으로 축산물을 도매하는 대규모 시장”이라며 “재래시장 모두가 그렇겠지만 시장경제 활성화가 상인회의 가장 큰 고민이다”고 말했다.

또 장 회장은 “이에 상인회에서는 쾌적한 쇼핑을 위한 환경정화활동에 주력하고 상인 간 친목도모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하지만 시급한 현황인 주차장 부지 마련에는 인천시나 서구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쾌적한 환경과 주차장 부지 마련이 시급한 데 인천 유일의 축산물시장에 대한 관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장 회장은 “일단은 손님과 상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고기를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인천축산시장 상인들의 목표”라며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 상인들의 노력이 곧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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