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 쪽의 행복을 위해 다른 한 쪽의 사람들을 희생시켜야 합니까? (중략) 도대체 무슨 이유로 비겁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올바른 사람들의 희생을 정당화시켜야 한단 말입니까?”(144쪽)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그리고 자살폭탄테러를 소재로 무차별적 테러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알제리 작가 야스미나 카드라의 장편소설 `테러'(문학세계사)는 한 남자의 처절한 절규로 가득 차 있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사람인 아민은 성공한 외과의사로 텔아비브에서 아내와 함께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왔다. 피비린내 나는 두 민족 간의 갈등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생일파티를 열고 있던 음식점 안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른 것이 바로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내였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아민의 행복도 산산조각 나버렸다.

평생 남편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착한 아내가 자살폭탄테러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아민. 그는 아내가 테러리스트가 된 이유와 자신에게조차 그런 사실을 숨겼던 이유를 알기 위해 생전 아내의 흔적을 쫓아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 계엄령이 내린 예닌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침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조직원인 조카를 만나 남편과 결코 공유할 수 없었던 아내가 간직해온 진실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유라는 건 자기 자신의 굳은 신념입니다. (중략) 두 분은 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 특권을 누렸지만, 두 분이 바라보는 것은 정반대의 것이었어요. 숙모는 삼촌이 당신에게서 바라시는 것보다는 고통받는 당신 민족들을 더 많이 생각했어요.”(269쪽) 그러나 작가는 아민의 아내가 저지른 자살폭탄테러까지도 정당화하고 용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제 아무리 숭고한 희생이라도 사람 목숨보다 숭고한 건 없다”며 아내가 테러리스트로 변한 이유를 찾아나선 주인공의 인간적 행보를 통해 테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도대체 왜?” 이것은 죽은 아내에게 던지는 주인공의 질문인 동시에 지금도 테러와 보복 공격을 반복하며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테러조직들과 이들을 또 다른 폭력으로 응징하는 국가들에 던지는 작가의 질문이기도 하다.  

이승재 옮김. 308쪽. 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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