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이 검을 현(玄)자를 칭칭 감는다는 감을 전(纏)자의 뜻으로 알고 누르 황(黃)자를 꽉 누른다는 누를 압(壓)자로 풀이한다. 이것이 그 아이들이 재주가 없어서가 아니다. 능히 종류별로 접촉해 곁으로 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이 쓴 천자문에 대한 평의 일부다. `천지현황'(天地玄黃) 즉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뜻으로 시작하는 천자문 공부를 조선시대의 학동들은 많이 지겨워했다. 하늘은 검지 않고 푸른데 검다고 하니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천지'라는 글자를 배웠으면 다음엔 일월, 성신, 산천 같이 연결되는 글자를 배워야 하는데 갑자기 검고 누르다는 `현황'을 배운다. 그러면 청적(靑赤), 흑백(黑白) 등을 배워야 하는데 또 느닷없이 우주(宇宙)를 배우게 한다. 한마디로 천자문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뒤죽박죽 네 글자씩 엮어 운자를 맞춘 계통도 없는 체계도 없던 책이었던 것. 
 
다산 정약용은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한자를 학습시키는 대안으로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는' 촉류방통법(觸類旁通法)을 제시한다.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연쇄적으로 가르쳐 이것으로 미루어 저것까지 알게 하는 학습법이다. 
 
맑을 청(淸)자로 흐릴 탁(濁)자를 일깨우고 가까울 근(近)으로 멀 원(遠)자를 깨우치며 얕을 천(淺)으로 깊을 심(深)을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생각이었다.
 
그는 2천자문인 `아학편'(兒學編)을 지어 자신의 신념을 즉각 실천에 옮겼다.
 
`미쳐야 미친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등 교양 한문학 저서로 스테디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한문학)가 이번에는 다산 정약용의 공부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 펴냄)을 내놨다.
 
정 교수는 다산을 “자료를 읽고 분석해 새로운 질서 속에 통합시키는 정보 조직의 귀재”로 평가하며 다산이 쓴 `식목연표의 발문'(跋植木年表)이라는 글을 소개한다. 
 
이 글에 따르면 정조는 화성 신도시 건립에 착수한 뒤 수원, 광주, 용인, 과천, 남양 등 여덟 고을에 명해 나무를 지속적으로 심도록 했다. 이후 1789년부터 1795년까지 7년 간 여덟 고을에서 나무를 심을 때마다 보고문서가 계속 올라와 나중에는 그 문서가 수레에 가득 싣고도 남을 지경이 됐다. 그런데 서류가 하도 많고 복잡해서 어느 고을이 무슨 나무를 심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고 심은 나무의 총수도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정조의 명에 따라 다산은 그 자료를 정리하고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가로 열두 칸, 세로 여덟 칸의 도표를 만들어 칸마다 그 수량을 적었다. 총수를 헤아려보니 소나무와 상수리 나무 등 나무가 모두 1천200만9천772그루였다.
 
이런 결과를 보고받고 정조는 입이 딱 벌어졌다. 수레 가득 실어도 넘칠 지경이던 그 많은 서류가 단 한 장의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올라온 것에 놀란 것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작업의 핵심가치에 맞게 자료를 나누고 분석해낸 다산식 지식경영의 쾌거”라고 평가한다. 
 
책은 이 밖에도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공심공안법(公心公眼法·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쳐라) 등 다산의 공부법을 다섯 글자의 한자성어 키워드로 정리해 10개의 강의에서 50개의 공부법과 지식경영법의 노하우를 상세히 분석했다. 
 
다산 정약용이라는 조선후기의 걸출한 전방위 실천적 지식인이 지식을 어떻게 분류하고 흡수해서 학문활동을 펼쳤는지 현대적인 관점에서 살핀 색다른 `고전 읽기'다.

612쪽.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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