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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사는 인천 부평구 오래된 아파트 뒤에는 작은 공원이 있다. 낮이면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저녁에는 개를 산책시키거나 간단한 운동을 하는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원을 즐겨 이용하는 이가 있다면 바로 노인들이다.공원 한편에는 벤치와 어디에서 왔는지 알 도리가 없는 의자들로 마치 ‘기원(棋院)’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 차려졌다. 대여섯 개의 바둑판을 둘러싸고 서너 명의 노인들이 앉거나 선다. 번외 경기인 듯 공원 옆 벤치에서도 심각한 표정으로 수를 두는 노인들이 보인다.3년 반을 관찰한
서해안
홍봄 기자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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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겸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명분인가 실리인가’라는 제하의 글을 올리며 세상과 소통했다. 위·촉·오 삼국의 영웅호걸과 책사 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보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유비는 대의명분과 민심, 조조와 사마의는 실속, 아둔한 자는 허울을 쫓는다. 많은 사람들이 유비를 높게 평가하지만, 실제 권력을 쟁취하고 중국을 통일하는 이는 간웅 조조일가이며, 조조의 수법을 그대로 배운 인물은 사마의 일가임을 미뤄 볼 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회자정리 거자필반,
서해안
안유신 기자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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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선거가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여졌다면 이번 제8회 전국지방동시선거는 정반대로 빨간 물결로 장식됐다. 이천의 경우 시장이 교체됐고 11명의 시도의원 중 2명의 시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바뀌었다. 지난 10일 ‘민선8기 시장직 인수위원회’ 발족 당시 일부 위원의 선정 과정과 자질 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우선 시민들과 지지자들은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에 따라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는 지침과 시 조례를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접 도시의 인수위원회에 포함된 위원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
서해안
신용백 기자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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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약피해방지법2가 국회에 발의됐다. 이는 지난해 부정청약피해방지법 개정·공포 이후 부정 청약 피해자는 구제, 개정 당시 계약 취소 절차에 있던 피해자는 보호되지 않아 후속 법안을 마련하자는 게 목적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부정청약피해방지법은 부정 청약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택법 제65조에 해당 조항을 신설했다. 신설 조항은 불법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택을 매수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소명하면 해당 주택을 계속 소유 및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부정 청약된 주택인지 모른 채
서해안
기호일보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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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6시 30분, 평소보다 일찍 기상했다. 성남시청 4층에 있는 체력단련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살다간 제명에 못 갈 듯싶어 내린 나만의 극약처방이다. 코로나19로 문 닫은 지 2년 만인 지난달 말 재개장한 이후 몇 번 이용했던 터라 이날도 달려왔다. 한창 운동 삼매경에 빠졌을 즈음, 이사전문업체 인부들이 들이닥쳤다. 청사 내 공간 재구조화 때문에 체력단련실을 쓰지 못한다고 했다. 사전 알림이 되지 않은 탓에 일부 직원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공간 재구조화는커녕 체력단련실을 포함해 해당 공간 주변
서해안
이강철 기자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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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쿵, 쐐애애애 앵~’ 주말을 보내고 시청 브리핑룸에 노트북을 펴고 앉았는데 옆방과 윗층에서 공사 소음이 들린다. ‘이렇게 빨리?’라는 생각을 하며 홍보실을 가보니 다들 짐 싸느라 정신이 없다.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금요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하은호 군포시장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 걸었던 공약, ‘소통’을 실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시민이 쉽게 찾는 열린 시장실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시장은 시민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소통하며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리라며 그 실천의 첫 걸음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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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전가(責任轉嫁). 최근 평택 고덕신도시 내 생활폐기물 자체처리시설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20대 청년 노동자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사고 당시 이 청년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500t 규모의 슬러지(침전물) 보관함에 빠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7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20대 젊은 나이에 앞날이 창창함에도 불의의 사고를 당해 꽃도 피워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이 청년이 누군가에는 세상 무엇보다도 ‘귀한 자식’이었으리란 생각에 슬픔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
서해안
김진태 기자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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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대 78’이라는 사상 초유의 여야 의석 동수 구조를 형성한 제11대 경기도의회가 조만간 닻을 올린다. 경기도민들은 6·1 지방선거를 통해 여야 ‘균형’을 선택했고, 이제 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당 간 협조·협력 없이는 원활한 운영 자체가 어려운 구조가 됐다. 뻔한 얘기 같지만 해답은 ‘협치’와 ‘소통’이다. 상호 배려·양보·이해 없이는 도의회의 기본적 책무인 예산안·조례안 등 각종 안건을 둘러싼 심의·의결 과정이 매사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11대 의회 전반기 양당을 이끌 대표 선수도 선출된 가운데 다행스러운 점은 여
서해안
남궁진 기자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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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장마가 시작될 모양이다. 최근 6개월간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전국의 크고 작은 호수의 바닥은 갈라졌고, 낙동강은 가뭄에 때이른 폭염까지 겹쳐 녹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오죽하면 제주 한라산 백록담의 바닥까지 드러났다고 한다. ‘역대급’ 가뭄으로 시름시름 앓던 전국 곳곳에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를 시작으로 23일부터 전국에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예정이다. 기존 예상보다 강수 집중구역이 좁아지기는 했지만, 강한 비구름으로 중부와 남부지방까지 장마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지
서해안
김희연 기자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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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던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대표를 내세우고 모든 세력을 총집결하는 일이 선거다.각종 비방으로 꼴 보기 싫게 얼룩진 선거였지만, 앞으로의 4년을 이끌어 갈 대표들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되도록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유권자는 거주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할 최적의 인물을 선택했고, 당선자들은 마땅히 지역민을 위한 혁신적 정책으로 보답해야 한다.여기서 문제는 선거 과정에 도움을 준 인사들이 어마무시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순수하게 지역 발전을 위해 도왔겠지만, 개인의 보신과 이해득실을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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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오랫동안 지속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되면서 그동안 고통받았던 자영업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만연하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중학교 동창도 이제야 빚을 갚게 됐다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자영업자들의 대출 지표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오히려 나아졌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 그러니까 소득 대비 가지고 있는 빚의 비율인 LTI가 2019년보다 0.2%p 떨어진 864.8% 기록한 셈이다.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시기를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버텨 낸 걸까?여기서 우리
서해안
백창현 기자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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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저성장이 겹치며 복합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원유·곡물 가격이 치솟고, 미·중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기준금리 0.5%p 인상)보다 큰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선택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그 영향으로 아시아·유럽 증시도 순차적으로 급락하며 패닉 상태에 빠져드는 상황이다.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을 돌파하는 일도 이제 시간문제다
서해안
전정훈 기자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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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기록하던 수기의 시대에서 수동과 자동 타자기를 거쳐 사무자동화라는 이름으로 사무용 컴퓨터가 등장하며 한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프로그램이 상용화된 지 오래다. 심지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컴퓨터를 공기와 같은 존재로 인식한다. 기본적으로 포토숍, 프리미어 등을 통해 사진과 영상을 편집하는 능력을 갖췄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고 시대가 변했다는 이야기다. 기자들에게 노트북이란 전장에 나서는 장수들의 총칼과도 같다. 낡고 오래된 노트북은 베테랑 고참 기자의 오랜 경력을 가늠케 하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신형 노트북은
서해안
안유신 기자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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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자 나이 이순(耳順)이 넘고 보니 이전과는 점점 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예전에 부모님이나 동네 어르신들이 지금의 기자 나이였을 때를 생각해 보면 한참 어른이라고 느꼈던 듯싶다. 또 어르신들의 표정에서는 노년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깃든 듯이 보였다.요즘에는 수명이 길어져 백세시대라 그런지 몰라도 기자도 그렇고 주변의 친구들과 선배들도 여유로움을 즐기기보다는 지금도 지역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이들을 보노라면 두 번째 청춘을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어느 순간부터인지 회갑잔치나 칠순잔치를 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서해안
신용백 기자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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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아니, 영영 기회가 없을 가능성도 있었다. 예를 다해 거절할 방법이 없지 않았는데, 덥석 응해 버렸다.서해안 필진이라…. 한 달 전 연락을 받았을 땐 마치 커다란 감투 하나를 쓴 마냥 뿌듯했다. 변방 기자가 취재기사 외에 내 이름 석 자 걸고 쓴 글이 지면에 올라간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요, 가문의 자랑(?)으로 여겨도 무방할 만큼 자부심으로 다가왔다.이렇게 자신에게 우쭐거리기까지 했으니, 지금 와서 보면 말 다한 셈이다. 높으신 분의 하명에 반기를 들 도리도 없었으니 이를 대의명분으로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이것도
서해안
이강철 기자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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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에게는 세상 어느 것보다 생활 속 꼭 필요한 발명품이다. 목적지만 설정하면 원하는 곳으로 안내하며, 언제쯤 도착하는지도 알려 준다. 자동차 도로표지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여행객들은 나침반이나 지도책을 들고 다니면서 이동했지만, 사통팔달 거미줄 같은 길이 연결되고 이를 안내할 GPS가 인공위성을 통해 내비게이션으로 정확한 길을 안내하면서 표지판으로 충분히 찾아갈 만한 곳도 아무 생각 없이 기계음과 액정 화면의 지시에 의존할 만큼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초기 내비게이션은 데이터 수신이 원활치 않아 끊기거나 길 안
서해안
임영근 기자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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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믿어야 할까? 미친 세상 당최 믿을 구석이라고는 없다. 사실도 가짜처럼 희한한 세상이다. 뭘 믿어야 하나? 지금 세상이 그렇다. 대체 뭘 믿을지 모르겠다. 허구 같은 진실이랄까?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다.지금 세상이 전쟁 아니고 무엇인가. 사실을 감추고 누가 누구 편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전쟁이다. 거짓과 진실의 싸움이다. 거짓 대 진실, 뭐가 더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나뉘었다는 것이다. 거짓말쟁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 거짓말쟁이들은 자기들이 엄청 똑똑한 줄 안다. 우리는
서해안
김진태 기자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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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투표일 다음 날 오전 5시 무렵에서야 이뤄진 드라마틱한 역전승, 그 주인공은 바로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자다.‘대접전’이라는 말 그대로 김동연 당선자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의 격차는 고작 0.15%p(8천907표). 이 같은 결과는 결국 경기도민의 민심이 양분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정 견제 기관인 경기도의회만 보더라도 의회 사상 최초로 여야 의석이 동수를 이루게 됐으니 말이다.도정 지휘권을 잡을 도지사는 민주당 후보가 선택된 데 반해 도내 각 시·군을 이끌
서해안
남궁진 기자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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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일도 갑자기 이뤄지지 않는다. 한 알의 과일, 한 송이의 꽃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나무의 열매조차 금방 맺히지 않는데, 하물며 인생의 열매를 노력도 하지 않고 조급하게 기다리는 건 잘못된 일이다."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현자로 추앙 받는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이다. 관련 서적들을 보면 에픽테토스는 노예인 어머니를 둔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타고난 끈기와 사물을 보는 날카로운 관점, 온전한 자급자족으로 단련한 강인함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전해진다. 그렇기에 끈기와 꾸준함에 대한 명언을 많이 남겼으리라.최근 테니스 레슨을 한 달
서해안
김희연 기자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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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아날로그 감성이 주는 독특한 매력에 MZ세대도 퐁당 빠져 버렸다. 기자가 대학시절 입었던 옷을 멋드러지게 차려 입은 20대를 보면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을 실감한다. 핵심은 MZ세대에게도 트렌드로 자리잡은 레트로 문화의 힘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좋은 건 좋은 거니까. 그 나이에 멋져 보이는 문화가 존재할 뿐, 세대차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맞지 않는 듯하다. 치열했던 대학입시를 통과해 과도할 정도로 많은 자유가 주어졌던 20살,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쉽게 공감하리라. 어느 날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Jazz)
서해안
조한재 기자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