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어느 노인복지회관에서 만난 70대 중반 할머니의 안부 문자는 어김없이 울리고, 답장을 보낸다. 필자가 노인복지회관 가곡반에서 수업을 하면서 만난 그녀는 남편과 막내딸을 천국으로 먼저 보내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사한 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래를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됐다. 그녀는 노인복지회관에서 인생 후반의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함께 어울리고 있다. 이 모습이 얼마 안 남은 나의 미래일 것이리라….젊은 시절의 소녀 같은 꿈을 간직하며 가곡을 흥얼거리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사랑의 마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남아 있음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와 영국 아카데미 영화 상인 BAFTA에서 수상을 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영화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생겨 보고 나니 음악감독 정재일은 클래식 전공자도 아닌데 장면마다 클래식 전공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성악곡을 영화 내용과 결부해 삽입했다는 것이 놀라웠다.‘기생충’으로 관심을 끌었던 정재일은 또다시 ‘2021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HMMA·Hollywood Music in Media Awards)’에서 ‘오징어게임’으로 TV 쇼·드라마
1930년대 위장약 ‘노르모산’ 광고모델이었던 가수 왕수복을 아시나요?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가면 「메밀꽃 필 무렵」 작가인 이효석 문화예술촌을 들르게 된다. 이효석은 빵과 커피를 즐기는 서구적 취향에 이상향을 찾아 헤매는 보헤미안적인 기질이 있었다. 빈궁한 생활을 하면서도 깔끔하게 복장을 잘 차려 입고 다녔고, 세상에 대한 관찰력과 해석력이 뛰어나 자연 정경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이효석은 인간 중 시인이 가장 가치 있는 인간이라 생각했으며,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현재의 나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
매년 2월 초순 추운 겨울, 이태리 베네치아에서는 세계 10대 축제로 손꼽히는 가면 축제가 열린다. 베네치아 카니발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 전날까지 10일 동안 열리는데 12세기부터 시작된 이탈리아 최대 축제이며 브라질 리우 카니발, 프랑스 니스 카니발과 함께 세계 3대 사육제로 뽑힌다. 고풍스러운 의상을 입고 멋진 가면이나 언뜻 보면 섬뜩한 가면을 쓰고 아름다운 베네치아 거리를 누비며 축제를 즐긴다.카니발(carnevale)의 어원이 라틴어의 ‘육식 금지’라는 뜻의 ‘카르넴 레바레(Carnem Levare)’에서 비
"음악은 여기에 소중한 보석을 묻었지만, 더 아름다운 희망이 남아 있다."이것은 31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프란츠 슈베르트(F. Schubert, 1797~1828)에게 그의 절친 시인이 남긴 묘비명이다. 오스트리아 빈 외곽에 자리한 중앙공원 묘지에는 음악가 묘역이 조성돼 있고 모차르트의 묘 양옆에 베토벤과 슈베르트가, 그 주변에 브람스와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 등 빈에서 활동한 위대한 작곡가들이 잠들어 있기에 음악을 사랑하고 빈에 들를 기회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찾는 곳이다.겨울이 돼 눈이 내리는 날에는 커피를 마시며 이안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국 가곡 ‘동심초’는 많은 성악가들에게 불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노래한 시다. 이 가곡은 당나라 때 지금의 쓰촨성 성도에 살던 여류시인 설도가 지은 5언 절구 ‘춘망사(春望詞)’ 제3수를 현대 시인인 안서 김억이 번역하고 김성태가 작곡한 노래다. 국어사전에 보면 동심초라는 단어가 없고, 중국말사전에도 동심
어느 날 버스 안 라디오 방송에서 소프라노의 최고 음을 자랑하는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 아리아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 소프라노 성악가는 음이 올라가지도 않고 음정이 엉망이라 버스 안 승객들은 웃음을 참다가 누군가의 작은 웃음소리에 반응해 모두 박장대소하고야 말았다. 요즘 같이 모든 매체에서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때에 엉망으로 부르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니 놀랄 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Florence Foster Jenkins, 1868~1944)’라는 음치 소프라노다
대중음악은 클래식 요소와 만나면서 ‘크로스오버(crossover)’ 혹은 ‘퓨전(fusion)’이라고 불린다. 그것은 대중들로 하여금 클래식과 팝이 만났을 때 얼마나 환상적인 조합이 이뤄지는지 알 수 있게 한다.2018년 10월 31일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는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그려 낸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프레디 머큐리는 발레와 더불어 오페라광이었으며 ‘보헤미안 랩소디’가 실린 네 번째 정규 앨범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해 맑은 하늘에 선선한 기후로 활동하기 좋은 날씨이며, 수확철이라 풍성한 먹을거리에 우리의 입맛도 절로 풍성해진다. 음악 역사적으로 가장 요리를 좋아한 작곡가는 로시니를 빼놓을 수 없다."인생이란 먹고(mangiare) 사랑하고(amare) 노래하며(cantare) 소화할 것(digerire)!"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 작곡가인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로시니는 호른 주자인 아버지와 소프라노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브람스 음악의 짙은 현의 음색은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기에 고독감과 쓸쓸함을 더해 준다. 가을에는 왜 브람스 음악을 그렇게 많이 연주하는 걸까? 스승의 아내를 남몰래 사랑했고, 이뤄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평생 해바라기같이 한 여인을 바라보며 가슴앓이를 하고, 스승 사후에도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보호했던 자신의 내면적 사랑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브람스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인가?낭만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은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다. 슈만의 어머니는 법학도가
며칠 전 2020 제12회 밀레니엄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어느 발달장애 가족의 일상을 엿보는 음악영화 ‘녹턴’이 개봉해 장애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방송 피디 출신인 정관조 감독은 2017년 8월, SBS 스페셜 2부작으로 방영돼 화제를 모으며 한국 독립PD상을 수상했던 ‘서번트, 성호를 부탁해’ 참여 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버전의 극장용 영화를 추가 편집으로 완성했다. ‘장애를 가진 천재 음악가’라는 소재를 활용한 영화나 드라마는 의외로 드물지 않다. 조현병을 앓던 실존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최근 패션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이탈리아어로 ’밀라노 할머니’라는 뜻)’를 운영해 구독자 90만 명을 돌파하며 2030세대의 핫한 할머니로 떠오른 70대 실버 크리에이터가 있다. 그녀는 디자이너 장명숙 씨로, 1978년 의상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필자 역시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그녀의 영상과 책을 읽고 많은 공감을 하며 그녀가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단순히 옷을 잘 입어서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진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멋진 어른’의 모습을
오랜 역사 동안 음악은 발전해 왔고 현대인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요즈음 온갖 매체들을 이용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음악에 열광하고 감정을 지배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런 음악 활동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특히 고령화되고 있는 현대인의 노후생활에 음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음악은 음악치료를 적용해 우울증이나 신체적 장애에 효과를 보게 한다. 음악을 들으면 뇌에서 즐거움을 담당하는 도파민이 생성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아지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관장하는 옥시토신도 생성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