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한 허무주의자 소년 때부터 나에게 책 읽기는 거의 유일한 취미였고 관심 주제는 대체로 인생의 궁극적 질문에 관련된 것이었다. 고갱의 대작 그림에도 있고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벽에도 있는, 예술과 과학을 관통하는 그 궁극적 질문들이란 바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였다. 철학, 종교, 문학, 예술이 각자 그럴듯한 답을 제시하기도 했고 중년 이후 읽어 온 과학책들은 보다 합리적이고 보편성 있어 보이는 답을 설득력있게 제시하였다. 인문학과 과학을 종합하여 이제 더이
필자는 2016년부터 매년 1 학기마다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신입생이 올바른 대학생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양필수 과목들(학생들의 인성, 진로, 인문소양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개설된 신입생 과목들)을 강의해 오고 있다. 상대평가를 받는 전공과목들과 달리 수강생들은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만 받으면 이 과목들을 패스(pass)할 수 있다. 따라서 매년 평균 85%의 학생들이 큰 문제 없이 이 과목들을 이수해 왔다. 2022년 1학기에는 2년 만에 대면 강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리 두기 제한으로 인해 신입생들은 대면
Brown과 Hayes(2008)는 광고와 재무 성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의 마케팅에서 광고가 가장 큰 예산 항목을 차지한다. 광고가 회사의 연간 지출의 고정적인 요소일 수 있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영진이 점점 늘고 있다. 이 점을 최근의 Brandchannel 설문조사가 잘 보여 준다. 세계 5대 브랜드 중 4개는 광고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최고속 성장 10대 브랜드 중 7개도 이와 같다. 광고와 재무 성과 사이에는 입증된 인과관계가 없다. 광고는 녹고 있는 마케팅이라는
벌써 2022년 6월이다. 어느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세 번의 연이은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윤석열 대통령은 0.73%p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다.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더 크게 이겼다. 서울과 인천은 시장과 함께 기초단체장까지 국민의힘이 석권했다. 경기지사는 박빙으로 다투다가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지만 기초단체장은 국민의힘이 우세하게 구성됐다. 지난 12년간 민주당이 지배했던 충청남·북도와 강원도, 그리고 대전시, 세종시 광역단체장들
IT는 융합시대를 견인하는 핵심기술이다. IT는 도구적 차원의 기술을 넘어서 우리 일상의 삶을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IT가 지니는 융합의 힘이다. IT는 다양한 분야와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된다.예를 들어 2021년 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패션마켓 플랫폼은 사용자의 취향과 최신 트렌드,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수만 장에 이르는 새로운 디자인을 생성해낼 수 있다. 인공지능 의상디자이너인 것이다. 유사한 기술로,
근 30년을 인천에 살면서 교육자라는 직업을 가진 내게 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인천의 학력 수준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인천을 떠나는 사람도 많이 봤다. 실제 내가 근무하던 대학에서도 과반수의 교수들이 충분치도 않은 봉급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교통 사정을 감내하며 서울에서 거주했다. 자녀 교육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가 과거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2010년부터 2014년에 걸쳐 인천지역 고교생의 국·영·수 학력은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기초학력은 2
초인간적 운명 ‘포르투나(fortuna)’와 인간의 역량 ‘비르투(virtu)’는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관통하는 핵심어다. 인간의 의지나 능력으로 통제하기 힘든 외적 조건이 포르투나라면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비르투다. 마키아벨리는 이 두 개념을 상정하면서 당시 지식인 사회에 팽배한 운명론과 과감히 결별한다. 우리 삶에 미치는 포르투나의 영향력은 절반을 넘지 못하며, 나머지 절반은 인간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운명은 그것을 장악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인간에게 가혹할 정도로 복수하지만, 운명을 기
지역 정체성을 가진 건축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 및 사회문화적 산물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무수히 지어지는 콘크리트 더미 속에 인천의 지역적 정서, 의식, 문화, 철학을 드러내는 차별화된 건축은 없다. 인천은 개항 이후 산업화·근대화되면서 도시팽창이 있었고, 건축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전쟁 후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값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건축들을 양산하게 됐다. 당시는 이것이 최선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선진국 경제에 가까운 현 시점에서 지어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새로운 냉전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변화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더욱 혼란스럽고 두려움이 크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군사력과 경제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는 손자병법의 오랜 전략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는 점이다. 현대전에서는 정보력과 국민역량이 뒷받침 돼야 하고, 글로벌 사회에 신뢰를 주고 매력적인 국가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군사력과 경제력 등 하드파워
몰입의 경지, 그것은 우리에게 참 경이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 나의 모든 능력이 끌어올려지는 경험, 나를 둘러싼 모든 불안과 고민에서 해방되는 느낌.인간은 끊임없이 몰입을 추구한다. 몰입을 위해서 우리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환경을 조율한다. 무엇인가에 푹 빠져 있는 경험을 할 때 우린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정서적 경험이 몰입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다.팬데믹을 지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얼마나 불확실성의 시대인지 절감했다. 갑작스러운 변화
‘세바여’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는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여성공학기술인협회에서 2004년 창립부터 매년 발간하는 도서명이다. 공학도를 말하는 ‘엔지니어(engineer)’는 원래 ‘엔진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엔진(engine)’은 ‘창의적이며 절묘한 장치’를 뜻한다. ‘engine’은 라틴어 ingenium(재능)에서 유래한 단어로 genius(천재)라는 단어와도 관련 있다. 다시 말해 엔지니어는 ‘창의적이고 절묘한 장치를 만드는 사람’을 통칭한다. 자연과학이 "이 현상은 어떻게 된 것일까?", 즉 ‘왜’를 추구
지도자의 리더십이라 하니,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수주대토(守株待兎)’다. 어느 농부가 밭갈이를 하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아나다 밭 가장자리에 있는 그루터기에 부딪쳐 모가지가 부러져 죽었다. 그날부터 그 그루터기에 앉아 토끼를 기다렸다는 말이다.이는 한비자가 옛사람의 제도나 관습 등을 비판적 태도 없이 무작정 따라함을 비판한 것이다. 시대가 변화해 주변의 여건이나 환경 등 시대적 가치가 변화했는데도 여전히 선대(先代)의 제도나 사고방식에 얽매여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진정한 지도자의 리더십은 아닐 것이다. 마치 배를 타고
선출된 권력은 대의민주주의의 꽃이다. 그 꽃을 활짝 피게 하는 것은 권력의 책무다.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새로운 5년을 시작한다. 득표율 ‘0.73%p’ 차이로 신승한 윤 당선자는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고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이 코앞인데도 그런 기대감은 무르익지 않는다. 신구 권력의 셈법, 공수 교대하는 여야의 격돌,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둔 속내가 2022년 대한민국의 봄을 어지럽힌다. 봄이 왔건만 봄인 아닌 것이다. 윤 당선자가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통합의 길을 개척하려
인류 역사에서 외계인이 아닐까 의심이 들만큼 탁월한 두 민족을 꼽자면 고대 그리스인과 근대 이후 유대인을 들 수 있다. 특히 근대 이후의 세계는 0.2%의 인구로 노벨상 수상자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이 주도해 왔다고 해도 크게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양자역학의 닐스 보어, 공산주의 사상의 마르크스,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언어철학의 비트겐슈타인 등 천재 유대인들의 공통점은 그저 탁월한 것이 아니라 기존과 전혀 다른 세계관을 제시한 새로운 이론의 창시자라는 점이다. 새 세상을 열어 젖힌 그 경
신께서 모든 인간들에게 땅을 나눠 주시는 날이었다. 인간들에게 땅을 모두 나눠 주신 신께서 떠나려고 할 때 뒤늦게 헐레벌떡 뛰어온 인간이 있었다. "신이시여! 저에게도 땅을 주시옵소서!" 그때 신은 무척 당황해했다. 신이 자신을 위해 남겨 놓은 땅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이 남겨 놓은 마지막 땅이 지금의 우크라이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구상에 이렇게 축복받은 땅은 없다. 씨앗만 뿌려 두면 알아서 작물을 자라게 한다는 ‘체르노젬(Chernozem)’이라는 옥토가 전 국토에 걸쳐 있고, 엄청난 수량을 가진 드네프르가 국토의 중간을
2022년 3월 9일에 있었던 대통령선거 결과, 자유보수주의를 표방한 윤석열 후보가 진보주의 개혁 성향의 이재명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총투표의 48.56%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47.83%를,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2.37%를 득표했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으로 말하자면, 설사 진보당과 노동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 모두가 보수라고 하더라도 보수가 49.67%이고 진보가 50.33%이다. 이 수치만 보면 대한민국은 정치 이념적으로 거의 정확하게 두 쪽으로 나뉘었
인천시교육감 후보님들께.이제는 인천광역시교육감 차례입니다. 보셨습니까? 어려울 것 같던 보수 쪽 대통령 후보의 극적 단일화 말입니다. 바로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 하루 전에 일어났습니다. 하늘도 기뻐했는지 그날 인천은 따뜻한 기온과 함께 먼지가 다 씻긴 듯 눈부신 푸른 하늘로 축하해 줬습니다. 정권 교체라는 명제 하에 후보 단일화하는 모습을 보시고 후보님들은 어떤 느낌이셨나요? 이제야말로 진실로 인천시 공교육을 위해 후보 단일화를 실천할 일만 남았습니다.지난 10여 년간 인천의 공교육이 어떤 상태인지 더 많이 아시리라 믿습니다. 간단
"인천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차세대멘토링" 교육기부를 마감하며 이 사업 참여자에게 찬사와 감사 인사를 보낸다. 본 프로그램의 주최는 (사)인천아카데미이고, 후원은 인천시교육청이었다. 멘토인 인천아카데미 회원 30여 교수(박사)님, 멘티인 103명의 인천시 고교 2년생, 30여명의 각 전공 도우미 대학(원)생, 그리고 멘티가 소속된 각 고등학교 담당선생님 등이 사업 참여자였다. 프로그램 목적은 학업 성적 중위권인 인천의 고교 2년생의 장점이나 특성을 발굴하여 그들에게 자신감 회복과 동기부여 제공이었다. 30개로 편성된 멘토링 그룹은 37
대학에서 글로벌 물류와 공급사슬을 강의하면서 필수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분야 중 하나가 위험관리(risk management)다. 수차례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과 호응도가 높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구분해 정의하고 강의를 시작하는데, 위험(risk)이란 기업의 손실을 가져오는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알고 있는 상태를 칭한다. 반면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알 수 없을 때를 불확실성(uncertainty)으로 개념화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불확실성의 출현으로 위험보다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후 대통령직속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설립됐고, 국가 내부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약 200조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2021년 2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인구는 3만3천 명 자연감소를 기록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도대체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필자는 지난 5년 동안 인구절벽과 저출산·고령화의 국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