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새해가 되니 오늘이야말로 한 해를 돌아보는 귀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의 상처가 여전히 아프고, 나라 안팎으로 경제 위기와 전쟁의 암운이 우리의 피부에까지 와닿아 걱정이 매우 큽니다. 더욱 힘든 것은 이런 어둠을 뚫고 나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힘들수록 사람들의 목소리는 거칠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이렇게도 시끄러운가 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 혼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요? 혼란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방책으로 공자는 ‘정명론’을 주장합니다. ‘정명’은
점수에 맞춰 들어간 국사학과에서 2학년을 마쳤다. 날마다 입시 지원 사이트를 확인하다가 원서 마감 이틀 전 별 생각 없이 선택한 전공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만족하면서 역사를 공부한다.대개 사학과에 들어가면 역사적 사건의 연도를 줄줄 말하고, 드라마에 나올 법한 역사의 미스터리를 배운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사학과는 특정 사건이 일어난 맥락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아는 역사 서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는지 배운다. 관련해 지난 학기 들었던 ‘전근대동아시아국제관계사’ 수업을 소개하고 싶다.보통 책봉-조공 관계에 대해 ‘조공국이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삼류 정치판이라고 외면한다면 더욱더 마구잡이식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변곡점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탄핵이 원흉이다. 무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아직도 박근혜정부 때는 어땠다는 발설로 공공의 적을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정치적 위력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것은 국가 정체성을 바탕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요즘 정국이 혼란스럽다. 외신을 통해 접하는 세계 또한 혼돈이다. 지엽적인 정보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매체의 발달이 가져온 정보의 민첩성 때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세계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근심이 높아진 요즘이다. 식량안보라는 말까지 등장했듯이 생존에 필수적인 농업, 어업, 임업 등 1차 산업이 다시 주목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어업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근간은 농협, 수협 등 각종 조합들이라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1천350여 개 조합이 설립됐으며, 이들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배당을 주거나 생산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면서 1차 산업 기반인 지역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다. 먹거리 중요성이 높아진 만
지난 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는 농협중앙회장의 ‘1회 연임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가까운 시일 내 남은 입법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다수이지만 농협중앙회장의 권한 집중·남용 사례가 과거처럼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주지하다시피 농협법은 ‘농협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여러 차례 개정됐다. 1988년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이후 회장의 권한 집중·남용·비리 등이 발생해 국민들의 비판이 고조되자 2009년 정부 주도로 중앙회장 간선제·단임제를 도입하는 법
수도권 전동차에서 사람의 탈을 쓴 쥐를 봤다. 쥐란 놈은 곡물이나 축내고 병원균이나 옮기는, 아무데도 쓸모없는 동물 중 하나다. 얼마 전 관악산으로 등산을 갔다 하산, 일행과 점심을 먹고 헤어져 귀가를 위해 사당역에서 전철을 탔다.전철에는 손님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의자는 빈자리가 없고 통로에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다. 한두 정거장을 지나는 사이 내가 서 있던 앞자리 손님이 내려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에서 팔십이 넘어 몸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이 탔다. 그 어르신은 손을 덜덜 떨고 뒤뚱거리는 것으로 보
영원한 것만 추구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영원한 것이나 완벽한 것은 이상이지 현실이 아니다. 영원이나 완벽을 추구하되 오늘 가능한 것을 묵묵히 실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영원한 가치가 있을지 여부는 운명이다.살아가며 종종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다.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판단할 수 없다. 괴롭고 방치할 수도 없다. 인간의 한계다. 이런 경우 판단력을 총동원해 결단을 내릴 일이다. 그리고 신의 가호를 빌며 미래의 장막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어리석은 자는 망설이다가 인생과 기회를 모두 놓쳐 버
일반양자란 입양을 통해 혼인 중의 출생자와 같은 신분을 취득한 사람을 말합니다. 일반양자의 입양이란 혈연적으로 친자관계가 없는 사람 사이에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맺는 창설적 신분행위로서 법적 친자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 등 입양의 성립 요건을 갖춘 후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입양신고를 하면 됩니다.다음은 입양 절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1. 성립 요건 (1)당사자 사이에 입양의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입양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양친이 되려는 사람과 양자가 될 사람 사이에 실질적으로
의왕의 한 단체에서 연말모임 때 시 낭송을 요청받았습니다. 시는 박목월의 ‘그리움’이고, 시 낭송 후 성악가의 가곡으로 그리움을 감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지훈, 박두진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이며 나무 사이로 비추는 달이 아름다워 이름을 목월(木月)로 정한, 우리의 정서에 맞는 시가 많이 전해집니다. 박목월 시인과 가족의 많은 일화가 전해집니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때 제자인 여대생과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고 빈손으로 홀연히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자취를 감춘 적이 있습니다. 박목월의 아내는 그가 제주도에서 매우 어렵
전기차 사용은 필연적이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전기차 보급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너무 빠르다 보니 내연기관차 관련 업종은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각 분야에서 경착륙이 진행 중이다. 자동차부품 업종은 내연기관차 부품을 생산하면서 친환경차 부품으로의 전환을 못해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국내 약 4만5천 군데 정비업체 거의가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까지 정비할 기술을 익히지 못해 도태 위기로 가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은 더욱 느려서 미래 대학으로 존재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기차는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한가운데 영국 헨리5세의 ‘아쟁쿠르 전투’ 이야기는 공동의 목표 추구와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관리하는 전략의 본질적 패턴을 일깨워 줬다. 그 전쟁에서 헨리5세는 ‘전략’과 ‘전투에 임하는 병사들 마음가짐(의식체계)’을 모두 활용한 훌륭한 승전사로 소개된다. 프랑스 북부지역 적지에서 6배나 많은 적을 등 뒤에 두고 본국으로 귀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쟁쿠르’의 진흙땅은 폭이 좁아 말(馬)이 제 속도로 전진하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었다. 이를 간파한 헨리5세는 적을 그쪽으로 유도하고, 가운데 말뚝을 박아 양옆에 궁
도시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더 가까운 곳으로 놀러가고, 때로는 고대의 유적지를 찾아 멀리 열 시간씩도 기차를 타고 다녔고, 심지어는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아주아주 자주 사람들을 만났다. 한국에서 그리워했었고 만나기를 고대했던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 장대하고 깊은 파미르고원을 일주할 때는 시시각각으로 우리와는 다른 온갖 모습과 마음을 담은 자연과 생태에 감격스러워했다. 그런데 또 다른 감격은 산을 닮은, 산이 돼 버린 듯한 그들의 표정과 행동, 거기에 배인 마음씨와 품격이었다. 낭
일제강점기 부평이 공업 부지로 주목받게 된 것은 1938년 히로나카상공(弘中商工)이 부평에 공장 건설을 구상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부평은 한적한 농촌 마을에 불과했다.1937년 경성에 본점을 설립한 히로나카상공은 1938년 5월 부평에 대규모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매수했다. 히로나카상공 부평공장의 주요 생산품은 철도 차량 및 철도용 기계, 광산 및 토목용 기계, 사금 채취선 들이었다.히로나카상공은 공장 설립과 함께 노동자들이 머물 사택과 부속 시설을 건설했다. 히로나카상공이 매수한 공장 부지는 지금의 부평공원 자리다. 공장에서
최근 들어 국내 정치는 막장드라마로 치닫고, 우리 서민과 밀접한 경제는 그야말로 폭풍직전이다. 이처럼 나라가 혼란할수록, 가는 길이 안보일 수록 절실한 것은 길을 밝혀 줄 어른의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어른들이 언젠가부터 우리 주위에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사회 어른이라고 여기던 김동길 교수,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함석헌 선생들의 비보만 있을 뿐 어른이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이 왜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는지 또 그들을 불러낼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어른이란 공동체에 닥친 문제에 그들
아침 7시 20분쯤이다. 아직도 사위는 어둠자락에 끌린 채로 긴 목을 늘이며 여명을 고대하는 중이다.천장 위를 날아가는 기러기떼들이 소리를 질러가며 파주 들판의 어둠을 힘차게 쪼아댄다. 몇 달 만에 고국에 돌아와 듣는 반가운 소리들이다. 지난 6월쯤 중앙아시아에 도착했다. 파미르 고원, 천산 산맥, 키질 사막, 이식쿨 호수. 그리고 수 천 년 걸쳐 만들어진 문화의 흔적들을 두루 두루 살피고 난 후에 사마르칸트 시내에 정착했다.그때 든 생각이다. ‘사람을 찾습니다.’ 만약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쓴다면.그런데 곧 사람을 찾았고, 사람들을
6년 전, 신이 천사 미하일에게 어느 어머니를 데려오라고 해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죽으면 아이들도 죽게 될 거라며 애원하는 그녀가 너무도 안타까워서 홀로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신은 자신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를 다시 내려보내면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오면 용서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세 가지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다시 돌아온 미하일은 추운 겨울임에도 옷 하나 걸치지 않고 어느 교회의 담장 밑에 쪼그
# 첫 번째 눈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2019년 4월 15일 화창한 오후, 천년 유적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에 휩싸였다. 화재로 무너져 내리는 노트르담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두 번째 눈물, 가난한 파리 시민들을 울린 마케팅용 기부 행렬4월 17일, 화재가 이틀을 채 넘기지 않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복원을 위한 기부금 행렬이 앞을 다퉜고, 이어지는 기부 약속도 상상을 뛰어넘었다. 가장 먼저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어링 그룹 회장이 1억 유로(1천284억 원)를 기부한
누구나 학창 시절에 접하는 영어 속담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를 기억할 것이다. 과거 어른들은 자녀 교육을 할 때마다 정직을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언급했다. 그 가운데 널리 인용되던 것이 바로 "입은 삐뚤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정직은 사람이 배워야 할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 가치다.그런데 작금의 우리 주변은 어떤가? 그야말로 거짓말이 난무하는 시대가 됐다. 정치인들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거짓말을 일삼는다.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1980년 초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를 포함하면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원인은 전자제어 이상으로 판단된다. 미국에서는 민간 연구기관이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전자제어 이상, 알고리즘 이상임을 일부 밝혀 글로벌 이슈가 되기도 했다.급발진 사고는 흔적이나 재연이 불가능한 만큼 운전자가 원인을 밝히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운전자가 모든 입증을 해야 이기는 구조다. 그렇기에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제작사나 판매사가 신경 쓰지 않아도 국내 관련법이 알아서 져 주는 법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미국은 우리
2022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굴업도를 새삼 소환하는 것은, 지난 초여름 굴업도 개머리능선에서 바라봤던 서해바다의 일몰 풍경이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다. 굴업도, 이름만 들어도 인천사람들에게는 공연히 부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섬이다. 1995년 그 한 해의 뜨거웠던 ‘핵폐기장 건설 반대’라는 함성 뒤에는 덕적면 주민들의 갈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가 채 저물기도 전에 ‘서해 굴업도 관광단지 내 골프장 건설’이라는 악재를 또 만나게 됐다. 2014년 7월 사업을 철회하면서 7년여의 긴 싸움은 끝을 맺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