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인하공업전문대학은 학교 재단법인 인가 후 22년 만에 ‘항공운항과’를 신설, 이듬해부터 신입생을 받으며 일을 내고야 만다. 인하공전은 당시에 기대나 했을까? 누가 허락도 한 적 없지만 제멋대로 뭇 남성들의 로망이 되는가 하면, 국내 항공 객실서비스의 모델을 훌쩍 뛰어넘어 대한민국 서비스업계의 표준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서비스업 선구자가 될 줄을 말이다. 인천은 대한민국 단 하나뿐인 국제공항이 자리잡았다. 인천하면 공항을 떠올리고, 공항은 비행기를 연상시킨다. 비행기는 이상하게 기장보다는 승무원 즉, 스
수원 행궁을 지나다 보면 고즈넉한 기와와 대청 사이로 기합이 들려오곤 한다. 소리에 이끌려 따라가다 보면 검, 창을 든 무사들이 무예를 시연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무예24기의 모습이다.수원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들이야 익숙한 광경일지 모르지만 관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조선시대 한가운데 들어선 듯한 착각을 일으켜 멍하니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을 떼지 못한다.이제는 수원의 주요 문화로 자리잡은 ‘무예24기’와 수원시립무예단은 사실 처음부터 수원에 있지는 않았다.# 민족도장 ‘경당’과 임동규 선생에게서 시작된 수원시립무예단무예24기는 17
"아득히 먼 옛날, 서해 바다에 마고할미가 살았대요. 마고할미는 키가 얼마나 큰지 바다를 첨벙첨벙 걸어 다녔고, 힘도 얼마나 센지 흙으로 산을 쌓아 올렸어요. 하루 일을 마치면 마고할미는 밤마다 자월도에서 공기놀이를 했어요. 커다란 바위들이 바다로 떨어질 때면 물고기와 어부들은 깜짝 놀라 줄행랑을 쳤어요. 어느 날 바람의 신 영등할미의 장난으로 공깃돌이 바다 멀리 날아가 버렸어요. 마고할미는 정신없이 공깃돌을 찾아 바다로 헤엄쳐 갔지요. 마고할미는 공깃돌을 다시 찾게 될까요?"# 168개 섬, 인천 바다와 함께 전해진 보물 ‘해양설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것을 안다는 뜻으로, 지난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사자성어다.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지나간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의 삶에 보탬이 되기 위함이다. 국가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향토역사도 매한가지다.오랜 역사를 간직한 국사의 이면에는 소소하지만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되는 향토사가 자리잡는다. 향토사를 알면 지역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고,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 또한 배가된다. 여기 지난 28년간 지역의 잊혀진 역사적 유물과 유적·사료
수은주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날이 잦다. 하지만 한낮 강한 햇살의 노곤한 기운이 온몸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느낌이 들 때면 어느새 봄의 길목에 들어섰음을 느낀다. 이렇게 또 한번의 겨울이 지나가고 우리는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입춘(入春)이 지나면서 새로운 봄의 온기는 남녘으로부터 하루 15㎞씩 빠르게 북상한다. 봄이 오면 산과 들녘은 다시금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고, 양지바른 곳에서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고개를 내민다. 앙상한 나뭇가지는 새순을 틔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는 젖줄이 다시 흐르고, 온갖 생명들이 태기
한파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달 중순 양주시 백석읍에 위치한 이민수 조각가(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축사로 사용하던 건축물을 개조한 작업실에는 조각가의 예술혼이 깃든 각종 조각 도구와 소소한 작품들이 기자를 반겼다. 안타깝게도 주요 작품들은 강원도 고성군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에 출품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조각가의 삶이 묻어난 공간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그가 건넨 명함에도 오랜 세월 작품을 창조한 작가의 손 사진이 담겼기에 확고한 그의 예술 세계를 가늠하기에 차고 넘쳤다. 지역에 익히 알려진 이 작가의 주요 작품은 의정부시의 명소가
인구 80만 명의 부천시는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고 소사역이 생기면서 급격한 발전을 거듭했다. 1973년 소사읍을 중심으로 부천시로 승격되면서 도시가 급속도로 팽창했다. 부천의 본류라고 할 만한 소사에는 굴포천까지 이어지는 심곡천이 흘렀지만 도시가 확대·발전하면서 복개됐다. 이후 31년이 지나서야 콘크리트가 걷히고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면서 부천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았다.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부천에는 심곡천이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을 독차지한다. 부천의 명물 심곡천의 모습을 조명한다.# 심곡 시민의 강경인전철을 중심으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전범 국가 무장해제, 냉전시기 힘의 균형 등을 명분으로 세계 각지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일본으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호시탐탐 한반도의 공산화를 노리는 소련의 존재와 그 야욕에서 비롯된 한국전쟁도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더했다. 유구한 역사 위에 자리잡은 한반도는 내부 혼란과 외세 침략 등으로 외국 군대가 주둔한 일이 잦았다. 삼국통일,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의 시기가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반세기가 넘는 휴전으로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에 역사상 가장 오래
양평군은 경기도 중동부에 위치한 가평·연천군과 더불어 마지막 남은 군이다. 또 경기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기초자치단체로, 북쪽은 가평군과 강원도 홍천군, 서쪽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양주시와 광주시, 남쪽은 여주시, 동쪽은 강원도 횡성군·원주시와 접한다. 원래 양근군과 지평군이라는 두 개의 독립된 지역이었다. 1908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두 군이 통합되며 양근과 지평에서 한 글자씩 따와 양평군이 탄생했다. 양평군은 남한강을 중심으로 국도와 고속도로, 철도 등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춘 지역이다. 예로부터 나루터가 많고 뱃길과 철로
안성시 일죽면 종배마을을 둘러싼 팔봉산 초입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죽산성지 정문 옆길에서 이정표를 따라 좁은 숲길을 잠깐 오르면 산등성이 아래쪽 소나무들 사이로 거무죽죽하고 거대한 흔들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예전에는 수많은 사람이 치성을 드리려 찾아왔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안성의 명물, 바로 팔봉산 흔들바위다. 마치 이 같은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흔들바위 주변에는 타다 남은 초 동강이 뒹군다.오랜 세월 동안 신비한 이야기를 간직하며 한곳을 지켜온 팔봉산 흔들바위는 숭고한 기운을 품고 여전히 안성 땅을 향한다. # 바위 위에
남양주시 조안면에 자리잡은 정약용 유적지를 조용히 걷다 보면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도 민생을 걱정한 선생의 온기가 온전히 전해진다.정약용 생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볼 때면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 한구석에 여유가 스며든다. 인근에 한강을 따라 조성된 생태공원은 강물과 함께 가슴속 울분을 조금이나마 흘려보낼 만한 힐링 명소다.남양주의 대표적 ‘사색 맛집’인 ‘정약용 유적지’의 숨은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다.# 마재마을정약용 선생의 5대조 선조 때부터 자리잡고 살던 조안면 능내리의 옛 지명은 ‘마재마을’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한곳에서 만나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지난해 연천군을 찾은 관광객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군에 따르면 지난해 연천을 방문한 관광객은 총 153만1천 명으로, 2020년 68만6천 명보다 84만5천 명(223%) 증가했다.유네스코 2관왕을 차지한 연천군이 ‘여행하고 싶은 도시’로 급부상 중이다. 태고의 아름다운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자연경관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한반도의 발자취를 한눈에 들여다보기에 제격이라는 매력 덕에 연인은 물론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특히 재인폭포, 전곡선사유적지, 임진강 주상절리, 호로고루
새벽에는 시민들이 하루를 여는 체력단련장으로, 오전에는 젊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끄는 산책로로, 점심시간에는 직장인의 휴식처로, 오후에는 하굣길 아이들의 놀이터로, 저녁 시간대에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휴일에는 라이더들의 힐링 코스로 각광받는 곳. 다름 아닌 탄천의 변화무쌍한 모습이다.세계 문명의 발상지는 대개 물을 끼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강과 낙동강, 금강, 대동강, 영산강 등 강물을 따라 도시가 형성되고 발전한 모습이 뚜렷하다.한강의 한 줄기인 탄천도 성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할 때 빼놓지 못하는 중요한 요소다. 탄천을
요즘은 한창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데다 코로나19 탓에 어딘가 훌쩍 떠날 기회가 적어졌지만, 자연에 대한 동경심만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다. 자연은 여전히 우리에게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쉼이 있는 삶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면서 이른바 ‘녹세권’과 ‘공세권’을 주거지 선호도 평가에서 주요 지표로 여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흥시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지역 내 자연자원을 활용한 공원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시를 가로지르는 물길을 따라 문화가 있고 삶이 있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물길 따라 피어나는
개의 후각세포는 인간의 마흔네 배 수준으로 약 2억 개가 넘는다. 후각세포가 발달한 개는 냄새 식별 능력에서 인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탁월하다. 예민한 후각은 4천 배로 희석한 초산이나 100만 배로 묽게 만든 염산을 식별하는 일도 ‘식은 죽 먹기’로 만든다.경찰은 이처럼 후각세포가 발달한 개를 이용해 범죄 현장에 남은 체취를 따라 증거물을 찾거나 도주한 용의자 혹은 실종자를 신속하게 찾는다.1888년 벨기에 경찰이 최초로 개를 하나의 수사 기법으로 도입한 이래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대다수의 나라가 ‘체취증거견’을 수사에 활
‘별’ 이야기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별 덕후’가 있다. 주인공은 군포시청 공직자로 17년간 누리천문대를 지키는 강봉석 주무관이다. 고교 시절 처음 본 은하수에 반해 하늘을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생활하는 강 주무관의 좌충우돌 인생 이야기를 조명해 봤다.# 당돌한 고교생의 천문학 입문 계기강 주무관이 천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강화도에 놀러가 밤하늘 은하수를 보게 되면서다. 서울이 고향인 강 주무관이 평소 바라보던 도심의 흐릿한 하늘과 달리 강화도의 짙은 어둠 속 맑은